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주최 '돌봄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대토론회' 개최

지난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돌봄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 사진=이민지 기자
지난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돌봄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가 개최됐다. / 사진=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민지 기자  저출생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의 당면과 함께 돌봄을 사회적 책임으로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 고령자로 진입하는 2030년 이후부터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옴에 따라 돌봄을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에서 보장해야 하는 하나의 기본적 권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복지계에서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돌봄을 기본적 권리로 하기에 앞서 복지 현장의 최일선에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 불안정한 일자리, 낙후된 사회적 인식 등은 제자리걸음으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욱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을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돌봄 노동자들의 유입이 필요하나, 돌봄노동자들의 개선되지 않는 노동 환경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유입이 낮아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자아내고 있다.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돌봄노동의 권리보장과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돌봄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대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의 주최로 개최됐다.

'돌봄노동자 실태와 권리보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박영민 연구위원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돌봄노동자 실태와 권리보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박영민 연구위원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이날 ‘돌봄노동자 실태와 권리보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 박영민 연구위원은 “현재 돌봄 서비스 공급의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름에도 불구하고, 당장 올해부터 장기 요양 부문에서 인력이 모자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나쁜 상태로 일자리의 질이 고착된 점이 노동자의 진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돌봄노동은) 대표적인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다. 돌봄 서비스직의 2023년 평균 월 급여는 143만6,000원”이라고 꼬집었다.

박영민 연구위원은 돌봄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이 낙후된 사회적 인식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여성들이 가정에서 무료로 하던 노동이라는 낙후된 인식의 연장선”이라며 “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은 배제한 채, 비용부담 경감과 서비스 범위 확대에만 주력한 사회서비스 정책 결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물론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정부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공적 돌봄 강화를 위해 사회서비스원을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해 박영민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 사회서비스 공급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아주 치열하게 진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도에 사회서비스원 관련 법률이 제정됐고, 16개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됐다”며 “이 과정에서 많은 한계들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서울사회서비스원이 폐지됐고, 사회서비스원에 기대했던 많은 역할과 기능이 후퇴하고 전환됐다. 다시 새로운 정부를 맞이하는 지금, 공급 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지에 대한 논의를 정상 궤도에 올리고 구체적인 과제들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내년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 복합적 욕구에 집중해야”

오는 2026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돌봄통합지원법이 나아갈 길'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최혜지 위원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돌봄통합지원법이 나아갈 길'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최혜지 위원장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돌봄통합지원법이 나아갈 길’ 주제로 발표를 맡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최혜지 위원장은 “돌봄통합지원법은 우리가 갖고 있는 돌봄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권리부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우리의 권리성을 인정한다’라는 법적 완결성을 갖기 위해서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대상자로 정하고 있으나, 주된 지원 내용은 노인과 장애인에 초점이 맞춰져 다양한 대상자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혜지 위원장은 “어떤 생애 단계에 있던, 무슨 이유로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됐든 간에 우리는 모두 돌봄을 받게 될 것이라 기대를 한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때 항상 이 안에 누구를 먼저 넣을지 포섭하고, 누군가는 배제시키는 방법을 계속 써왔다”며 “이런 접근 방식은 누군가 항상 법과 제도권 안에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노인, 장애인과 같이 돌봄 욕구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욕구의 지속성에 주목하기보다 욕구의 복합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3개월 뒤에는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지금 당장 굉장히 많은 복합적 돌봄의 욕구가 있다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돌봄통합지원법 안에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 돌봄기본법, 권리로서의 돌봄을 말하다

돌봄은 전 생애주기 동안 누군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필수적인 활동이다. 이에 환자에 대한 간병, 장애인에 대한 활동 지원 등 돌봄의 영역은 다양하며, 이와 관련한 많은 정책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돌봄 정책들은 각 대상에 대한 단편적·시혜적 차원에서 시행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돌봄 정책이 일관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칙과 방향에 대한 법적 토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모든 시민의 돌봄권과 돌봄부정의 해소를 지향하는 돌봄기본법을 바란다'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엄규숙 교수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모든 시민의 돌봄권과 돌봄부정의 해소를 지향하는 돌봄기본법을 바란다'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엄규숙 교수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이에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돌봄기본법’ 입법을 추진 중에 있다. 돌봄기본법은 돌봄의 공공적 가치 인정을 기초로 돌봄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구현하고, 돌봄노동의 가치를 증진할 수 있도록 돌봄 관련 법제도와 정책이 통합적·효과적으로 수립·시행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모든 시민의 돌봄권과 돌봄부정의 해소를 지향하는 돌봄기본법을 바란다’는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맡은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엄규숙 교수는 “현재 돌봄 정책에 해당하는 서비스들이 산재돼 있다”며 “제도에 따라 돌봄을 권리의 측면이라기보다 시의적인 측면 혹은 특정 대상과 관련한 욕구에 초점을 맞춘 수준으로 돌봄의 관계성·보편성·다차원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돌봄기본법’은 돌봄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한 부분이 들어가 있어 돌봄의 다차원성을 고려한 입법 취지를 잘 집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돌봄권을 받을 권리나 돌볼 권리로만 구성하는 것이 아닌, 돌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돌봄정책과 돌봄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소속의 돌봄 관련 위원회 설치를 검토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엄규숙 교수는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돌봄 정책의 영역을 통합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능을 위해 위원회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가 인수위 없이 시작하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요구를 분야마다 모두 실행할 여력이 있을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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