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상 초유의 혼란 끝에 확정된 가운데, 대선 출마가 무산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관련 테마주가 ‘정치인 테마주’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테마주로 지목된 이유에 물음표가 붙을 뿐 아니라, 테마주 현상을 노린 ‘한탕주의’ 움직임까지 나타난 것이다.
◇ 8일의 짧은 대권 도전… 테마주 요동
제48대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전 총리는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비상계엄 직후 거센 후폭풍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아 대통령 직무대행으로선 처음으로 탄핵 소추되기도 했다.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에선 더욱 우여곡절이 더욱 많았다. 한덕수 전 총리를 둘러싼 출마설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출마를 결심하고 사퇴했는데, 그 직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를 두고 격랑에 휩싸였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이 표출되더니 주말 새 후보 교체 추진과 전 당원 투표 부결이란 초유의 상황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덕수 전 총리는 출마 선언 8일 만에 대선 출마가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어김없이 요동친 ‘한덕수 테마주’는 짧은 기간에도 정치인 테마주 현상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우선, ‘한덕수 테마주’로 지목되는 기업으로는 시공테크와 아이스크림에듀, 일정실업 등이 있다.
테마주로 지목되는 이유부터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시공테크는 박기석 회장이 과거 한덕수 전 총리와 함께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단으로 활동했다는 게 이유다. 두 사람이 같은 자문단에서 활동했던 시기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시공테크의 계열사란 이유로 함께 테마주로 지목됐다.
일정실업도 비슷한 이유다. 고동수 부회장이 지난해 8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한 점이 부각됐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한덕수 테마주’의 대표주자인 세 기업 모두 한덕수 전 총리의 대통령 당선 등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한덕수 전 총리의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크게 들썩였다. 일정실업의 경우 한덕수 전 총리의 총리직 사퇴와 대선 출마 선언을 전후로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을 정도다. 사업이나 실적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인의 불확실한 행보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러한 테마주 현상을 틈탄 차익실현 움직임 등으로 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시공테크는 2대주주 자리를 지켜온 개인투자자 부부가 4월 중순부터 말까지 보유 중이던 주식 215만여주를 모두 처분했다. 지분 기준으로 10%를 넘는 규모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지난달 2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이뤄졌으며, 전환청구권 행사가 잇따르기도 했다. 테마주 현상에 따른 주가 급등이 투자자들의 ‘엑시트’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소위 개미투자자라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한덕수 테마주’는 한덕수 전 총리의 대선 출마 무산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극심한 진통이 벌어질 때부터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나더니 대선 출마가 무산된 직후 첫 거래일인 12일엔 일제히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덕수 테마주’의 몰락에도 정치인 테마주 현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상 초유의 우여곡절 끝에 대선에 출마하게 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테마주는 출정식이 열린 12일 급등세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