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했지만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두고 당내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직접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방점을 두고 여론조사 등을 강행하고 있다.
지도부는 여론조사 지지율도 낮으며 중도 확장성이 부족한 김문수 후보가 대선승리를 위해 적합하지 않은 후보라고 인식하며 ‘한덕수 단일화’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당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지도부의 셈법이 들어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김문수-국힘 지도부, ‘단일화 시한’ 신경전
김 후보는 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단일화 로드맵에 따르지 않겠다며 대선 후보 등록 시한(11일) 이후인 오는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전날(7일) 한 후보와의 회동이 ‘빈손 회동’으로 끝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밤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11일 이전에 단일화를 할 수 있도록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와 사전에 상의되지 않은 데 대해 의총에 참여한 일부 의원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김 후보는 당 주도의 단일화에 동의할 수 없고 국민의힘 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시한 이후인 다음주 중 단일화를 제안하며 사실상 당 주도의 단일화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한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권 비대위원장은 “단일화는 김 후보의 약속”이라며 “후보가 되면 즉시 한 후보부터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던 김문수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한다”고 했다.
이어 “후보 단일화는 우리 당원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요구고 시대의 명령”이라며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며 “두 후보의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의 단일화 로드맵을 거부한 김 후보를 향해 “얄량한 대통령 후보자 자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한심한 모습”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김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 후보보다 낮은 점을 지적하며 당의 승리를 위해서 김 후보가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임하는 대승적인 결단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에 더해 “김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의 진의는 한 후보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단일화 제안”이라며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단일화 로드맵”이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의 단일화 강행을 두고 한 대행을 대선 후보로 올리기 위해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후보 단일화는 국민과 당원동지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위력을 발휘한다”며 “지금 국민의힘에서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경선을 거쳐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진행하고 있는 단일화 과정이 “후보 단일화인가 후보 교체인가”라고 반문하며 당에서 추진하는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전날 빈손으로 끝난 1차 회동에 이어 이날 오후 김 후보와 한 후보의 2차 ‘단일화 회동’이 있었으나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한 후보는 김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기간 중 22번 ‘한덕수 단일화’를 언급했다며 약속을 지키라고 공세에 나섰다. 그는 “오늘 내일 중 단일화 결판을 내자”고 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뒤늦게 나타나 ‘청구서를 내밀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와 후보 등록 시한 내에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한 후보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당내 내분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홍준표 캠프에 소속돼 경선 선거 운동에 참여한 뒤 김 후보 지지선언에 함께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저희도 빨리 가서 지지선언했던 게 김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반칙을 한 것은 김 후보가 맞다. ‘한덕수 단일화’는 상수로 얘기해 왔기 때문에 당선됐는데 이제 와 이렇게 말을 바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현재 ‘한덕수 단일화’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로 ‘중도 확장성의 한계’를 들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선거가 시작됐을 때 김 후보가 전광훈 목사와 같이 있던 사진만 돌려도 중도층이 다 돌아서서 게임 끝”이라며 “김 후보는 전 목사와의 관계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기존 어조를 바꾸고 계엄에 대한 생각까지 바꾸는 등 총 세 번의 부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단일화를 두고 당내 내홍이 깊어지는 것이 결국 대선 승리보다는 차후의 당권 싸움의 일환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결론은 이제 당권 싸움”이라며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한 사람이 다음 당권을 가져가는 게 불보듯 뻔한 것이니 ‘내가 한덕수를 앉혔다’라고 하려는 사람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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