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가 막히자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삼자 대결 구도에서 승리하겠다”며 사실상 단일화 철회를 시사했다.

그러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에선 “후보의 의중이 아니다”라며 “최대한 적극적인 제스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당과 후보 간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 셈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이날 예정된 TV토론 직후 김 후보가 이 후보를 찾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보일 가능성도 거론했다. 

◇ 국민의힘, 단일화 한 수 접고 ‘자강론’ 강조

국민의힘은 계속된 단일화 요구에도 이 후보가 초지일관 ‘거부’ 입장을 내놓자 이날 오후 사실상 후보 단일화 철회 입장을 밝혔다. 단일화 논의에 매달리지 않고 김 후보 중심의 ‘자강론’을 강조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국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없더라도 3자 구도에서 김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독주를 막기 위해 누가 가장 확실한 후보인지 많은 시민께서 표로 심판해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도 “삼자대결 구도에서 승리하겠다”며 “김문수 후보는 중도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하여 이재명 총통체제의 등장을 함께 막아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도 이러한 공동의 목표를 인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가 단일화에 한 발짝 물러난 것은 선거 막판에 ‘단일화에만 골몰한다’는 인식 때문에 유권자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은 크지만, 이 후보가 결단한 사항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목매거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윤재옥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질문에 “물밑에서 조율은 하지만 공개적으로 단일화 언급을 하는 건 오히려 단일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오는 29일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전인 28일을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보고 연일 ‘단일화’ 띄우기에 나선 바 있다. 이 후보는 거듭 단일화 거부 입장을 밝혔으나 ‘책임론’을 띄우며 단일화를 압박하는 국민의힘에 반발했다. 

이 후보는 전날 오후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0%로서 김 후보가 사퇴하고 투표용지에 이준석과 이재명의 대결로 간소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일화하지 않으면 ‘너희 때문에 진 것으로 간주하겠다’느니 ‘정치권에서 매장시키겠다’라느니 하는 협박을 요즘 많이 듣는다”며 “이런 풍경이 한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며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는 난데없이 저와의 단일화만 주구장창 얘기하면서 대국민 가스라이팅을 계속하고 있다”며 “단일화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후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이 원하는 단일화는 ‘없다’고 재차 선언한 것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 로비에서 오찬 전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 로비에서 오찬 전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문수 측, 이준석과 '밤중 회동' 가능성 거론

당이 ‘자강론’을 외치며 단일화 입장 철회를 밝힌 것과는 다르게 김 후보 캠프 측에서는 물밑으로 이 후보와 접촉해 단일화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오후 예정된 3차 TV토론회 직후 김 후보가 이 후보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김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김문수 후보 의중이 아닌 게 너무 많다”며 “현실적으로 이 후보 쪽에서 단일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어 (김 비대위원장이) 원론적인 얘기를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끝까지 진정성 있게 설득하라’ 조언하셨다”며 “일단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의 만남 계획에 대해서는 “내일은 지방에 내려가셔서 (만남 시점이) 오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를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과거 2007년 대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후보의 자택에 여러 차례 찾아갔던 일화를 소개하며 “끝까지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은 이런 조언을 받아들여 단일화 최종시한까지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오늘내일밖에 시간이 없다”며 “이 후보가 의원회관에서 자는데 김 후보가 회관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이어 “정치적으로도 그런 퍼포먼스를 해야 된다”며 “그래야지만 나중에 선거에서 지더라도 그 책임을 이 후보한테 실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김 비대위원장은 대선에서 져도 상관 없는 사람이지만 김문수는 대선 패배가 역사에 남는다”며 “조급한 사람은 김문수”라고 평가했다. 또 “정치는 밤에 일어난다. 김 후보가 이낙연 전 총리를 어젯밤에 만났다”며 “그런 식으로 밤에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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