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사퇴가 민주당 당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모습이다. 그동안 여러 사안마다 크게 의견이 다르지 않았던 정청래·박찬대 후보(기호순)가 강 의원 사퇴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강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17분 전 박 후보가 SNS를 통해 강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린 게 계기가 됐다. 반면 정 후보는 과거 강 의원을 ‘곧 장관님’이라고 칭하며 지지해 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 후보가 ‘명심(이재명 대통령 의중)’을, 정 후보가 ‘당심’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강선우 감싼’ 정청래 vs ‘사퇴 촉구’ 박찬대
두 후보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린 것은 전날(23일) 박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면서다. 박 후보는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이제 우리는 민심을 담아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 강선우 후보자님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적었다.
이는 정 후보의 그동안의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였다. 정 후보는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 페이스북에 강 의원을 ‘곧 장관님’으로 칭하고 “힘내시고 열심히 일하시라. 강선우 파이팅”이라고 적으며 강 의원을 지지해 왔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의견 차이를 두고 박 후보는 ‘명심’을, 정 후보는 ‘당심’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철민 의원도 24일 BBS 라디오에 나와 “정 의원이 지지층을 대변했다면, 박 의원이 대통령실을 대변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박 후보와 정 후보는 강 의원 사퇴 후 각각 ‘명심’과 ‘당심’을 염두에 둔 발언을 내놨다. 박 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사퇴 촉구 글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것도 해야 하겠다’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 (강 의원과) 일치됐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여론을 살폈고, 인사권자한테 그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보단 당과 의원들, 국민 모두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서로 교감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엔 언제나 국민의 뜻과 당원의 생각을 대통령실에 전달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정 후보는 강 의원을 위로하는 글과 함께 ‘당심’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한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모두를 위로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직 당원. 오직 당심. 아무리 어려워도 당원·당심만 믿고 간다. 당원들과 잡은 손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 측은 ‘보좌진 역시 동지’라는 사실상의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노종면 의원은 페이스북에 “동지란 함께 비를 맞아 주고 함께 눈물 흘리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계엄 당일 의원들보다 먼저 달려와 의원들이 담을 넘을 수 있게 동분서주하고 계엄군을 몸으로 막아냈던 이들. 그들을 우리는 보좌진이라 무심히 부르지만, 그들 역시 동지”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박 후보의 이른바 ‘17분 전 사퇴 촉구’ 글이 지지층에게 어떻게 읽히느냐도 당권 경쟁의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후보는 17분 후 강 의원이 사퇴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일각에선 ‘박 후보가 대통령실의 기류를 읽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의원이) 17분 후 (사퇴 글을) 올렸다는데, 17분 후 발표가 날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서로 갖고 있던 생각이 같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른바 ‘명심 논란’과 관련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명심이 어디 있느냐’를 많은 분이 관심 갖지만, 분명한 것은 명심은 국민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박 후보를 지원하는 한 의원도 통화에서 “(박 후보가) 정확히 (사퇴 시점을) 알았으면 (글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체 민심과 당내 분위기를 종합해서 의견을 낸 것 아니겠나”라고 예측했다.
다만 박 후보의 ‘17분 전 사퇴 촉구’ 글이 지지층에게 어떻게 읽힐 것이냐는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박 후보가 대통령실 기류를 읽고 얘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이러한 해석에 대해 “그렇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그러한 입장을 전당대회를 하는 후보자가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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