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1~5%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승장은 집주인에게 기회지만 세입자에게는 전세금 회수 불안을 키운다. 전세금반환소송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집값이 우상향하면 전세 제도는 금세 균열을 드러낸다. 매매가가 전세보증금을 추월하는 순간 집주인은 매도 차익을 노리기 위해 세입자에게 만기 이전 퇴거를 압박하거나, 새 임차인을 더 높은 보증금으로 들이려 한다.
그러나 거래절벽 속에서 새 임차인은 좀처럼 구해지지 않는다. 퇴거일은 다가오는데 대출 규제까지 겹쳐 유동성은 말라붙고, 전세금 흐름이 멈춘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비롯한 주요 법원에서 전세금반환소송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 현업 변호사와 법원 실무진의 공통된 진단이다. 주택 가격 상승의 그늘이 본격적으로 소송 통계로 표면화되는 장면이다. 전세보증금반환소송건의 경우 재판지연을 없애야 한다는 측면에서 절차 개선 요구도 동시에 분출한다.
법적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가 임대인의 반환 의무 시점을 ‘임대차 종료 즉시’로 규정한다. 대법원 판결도 ‘매매 예정’이나 ‘새 임차인 미확보’는 반환 지연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집주인이 계약 해지를 명분으로 점유 이전을 요구하고, 세입자는 명도소송과 전세금반환소송을 병행하는 복잡한 구도가 흔해졌다. 보증보험이 존재하지만 한도 초과분, 지연 이자, 강제집행 비용은 여전히 세입자의 부담으로 남는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면 강제집행 인낙하는 채권 공증을 통해 집주인에게 분할 반환 일정을 확정시키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필자가 대리한 사례에서 집주인은 계약 만료 후에도 ‘매수 희망자가 있다’며 열 달째 보증금을 주지 않았다. 세입자는 임대차기간 종료 즉시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임차권등기로 건물을 묶었다. 1심에서 보증금 지급의무를 명시한 판결을 받아 3개월 만에 전액을 회수했다. 집주인은 매매 계약이 무산되자 곧바로 매물을 회수했고, 시장에선 ‘가격 더 오른 뒤 다시 내놓겠다’는 말을 남겼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거래 절벽이 길어질수록 전세금 반환 리스크가 더 부각된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소송을 미루기보다 신속한 법적 조치’야말로 세입자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패임을 보여준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소송은 독이 든 성배다. 일단 피고가 되면 금융권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매도 협상력도 줄어든다. 반대로 세입자는 소송 비용·시간 부담이 크다. 그러나 결국 소송비용은 임대인에게 모두 전가된다.
따라서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매매·재계약 가능성 체크→2개월 전 해지통보→1개월 지급가능성 타진 또는 공정증서 작성’이라는 3단계 사전 전략이 실무에서 권장된다. 이는 분쟁 장기화를 막고 전세금반환환소송 같은 극단적 충돌을 예방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월세 전환, 부분 반환, 중도금 대환 대출, 대출 이자 대신변제 등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조기 의사 표시와 서면화가 분쟁 비용을 낮춘다.
전세금반환소송 급증은 집값 상승과 거래 절벽이 만든 구조적 결과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가격 회복’이나 ‘시장 안도’를 기다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는다. 계약 만기 3단계 사전 전략과 신속한 소송 대응을 통해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상승장일수록 법적 안전망을 단단히 갖춘 사람만이 다음 기회를 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