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3기 가까이 밀리는 순간부터 임대인은 숨이 막힌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차임이 끊기면 현금 흐름이 급격히 얼어붙고, 공실을 두려워한 참을성이 오히려 손해를 키운다. “어차피 보증금에서 빼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현실에서 곧장 반박된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명도소송절차에 소요되는 시간과 명도소송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빈 점포가 길게 이어질수록 임대료 손실과 관리비 부담이 겹친다. 명도소송이란 결국 임차인을 상대로 점유 회복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이므로, 늦을수록 손해다.
그러나 판로는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계약 해지 요건을 빠르게 충족하고, 명도소송양식에 맞춰 필요한 서류를 패키지로 묶은 뒤, 점유이전금지가처분으로 분쟁의 방향을 선제 차단하면 ‘연체 → 해지 → 명도소송 → 집행’의 긴 여정을 짧게 압축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명도소송에 돌입하기 전 임대인이 꼭 챙겨야 할 세 가지 핵심 절차를 실무 중심으로 살펴본다. 계획은 빠를수록, 증거는 간결할수록, 집행은 단호할수록 회수율이 높아진다는 법칙을 확인해 보자.
1. 계약 해지 요건부터 단단히 확보하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월세가 세 기 이상 연체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실제 재판에서 ‘임대인이 연체 사실을 인지하고도 얼마나 방치했는지’, ‘임대차기간이 지나 묵시적 갱신이 성립했는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진다는 점이다. 연체 사실을 확인한 직후, 날짜와 금액을 분명히 적시한 내용증명을 두 번 정도 통보한다. 첫 번째 서류로 연체 사실과 해지 가능성을 알리고, 두 번째 서류로 계약 해지 의사와 보증금 상계 의사를 확정 통보하면 임차인의 대응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해지 요건을 완결할 수 있다. 두 통보 사이를 1~2주로 유지하면 임대인이 즉각적이고 연속적으로 조치했다는 시간적 연관성이 확보된다. 이렇게 해지 의사를 명확히 남겨 두면 이후 분쟁의 초점을 '점유 지속 여부'로 좁힐 수 있어 명도소송절차가 한층 단순해진다.
2. 증거 서류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라
명도소송은 문서로 승패가 갈린다. 가장 먼저 임대차계약서 원본에서 계약 기간·차임·연체 시 조치 조항을 표시해 복사본과 함께 준비한다. 이어서 월별 계좌이체 내역을 정리해 연체 구간이 한눈에 드러나는 표를 만들면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빠르게 파악한다. 앞서 발송한 내용증명은 봉투와 등기 발송·송달 결과까지 포함해 한 세트로 보관해야 "임차인이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항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임차인이 무단 전대나 용도 변경을 저질렀다면 현장 사진이나 공인중개사 사실확인서를 추가해 손해배상 근거를 탄탄히 한다. 이러한 증거 묶음은 명도소송양식에 따라 소장을 작성할 때 그대로 첨부할 수 있어 가처분·본안·집행 단계 어디서든 절차를 크게 단축한다.
3. 점유이전금지가처분으로 분쟁을 선제 차단하라
해지 통보 뒤에도 임차인이 점유를 계속하면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제삼자에게 점유나 권리가 넘어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긴급성을 살리려면 두 번째 내용증명을 발송한 직후 바로 신청서를 제출해 임차인의 지연 전술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한다. 법원이 요구하는 담보금은 보증보험증권으로 갈음하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결정문을 받을 수 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그 결정문을 본안 소장에 첨부해 재판부에 이미 점유 위험이 인정됐음을 보여 주고, 가처분 단계에서 정리한 사실관계와 법리를 본안에 그대로 이어 써 자료 준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판결이 나오면 지체하지 말고 부동산명도 강제집행을 신청해 집행관 순번을 선점한다. 집행 당일에는 물건 목록을 촬영해 두어 집행비용과 손해배상을 한 번에 회수할 근거를 마련한다. 이 시점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명도소송비용(인지대, 송달료, 집행관 수수료 등)은 패소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월세 연체 분쟁은 계약 해지, 증거 수집, 가처분, 본안, 강제집행으로 이어지며 시간과 비용을 잠식한다. 해지 요건을 확실히 확보하고, 증거를 한 묶음으로 체계화하며, 가처분으로 점유 이전을 차단하면 명도소송 절차와 집행이 눈에 띄게 빨라진다. 내용증명 한 장의 타이밍, 증거 패키지의 완성도, 가처분 결정문 한 통이 수개월의 공실과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갈라놓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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