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찰개혁이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에 지난달 28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민주당 내부와 검찰개혁파 사이에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어 지난 3일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검찰개혁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 검찰개혁, 속도와 방식 사이서 길을 잃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명확하다. 검찰 권한을 분리하고,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은 △검찰청 폐지 △수사·기소권 분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신설 △중수청 관할은 행정안전부 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했다. 1차 수사기관이 행안부에 집중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1차 수사기관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있고 행안부 산하에 있다. 하지만 중수청이 신설돼 행안부 산하에 둘 경우 행안부는 1차 수사기관 모두를 관할하게 된다. 이는 결국 수사기능이 행안부에 집중되는 것이며, 한 부처 산하에 1차 수사기관 모두가 있기 때문에 상호 인적 교류가 가능한 상태에서 이권 개입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신중론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부처 산하이기 때문에 수사 기관간 상호 인적 교류 가능하다’는 정 장관의 발언은 확인이 필요하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관할 부처가 같다고 해도 경찰과 검찰은 조직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 인적교류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정 장관의 공개 발언 직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공청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임은정 지검장은 “정 장관의 검찰개혁은 검사장 자리 늘리기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법무부 인사 구조에서 중수청을 설치해봐야 검찰의 장악만 강화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 지검장은 내부 고발자로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인사로,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개혁안이 실질적 변화를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셈이다.
정 장관이 쏘아올린 검찰개혁의 우려 목소리는 곧바로 검찰 내부에서 바톤을 이었다. 지난 3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노 대행은 부산고·부산지검 방문 자리에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의무”라며 민주당의 개혁안과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같은 발언은 검찰 내부에서 ‘기회는 지금’이라는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당정 간 조율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다.
4일 시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공청회에서도 여야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여당은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신설을 통한 수사·기소권 분리를 강하게 밀었다. 반면 야당과 일부 학계·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 난립과 권한 집중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중수청 설치 위치를 두고도 법무부·행정안전부·총리실 산하 등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며, 제도 설계의 현실성과 효율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다.
검찰개혁 논의는 이제 단순한 속도전이 아닌 ‘본질 회복’의 시험대에 올랐다. 당정 간의 충돌과 검찰 내부의 반발이 겹치면서 개혁안이 제도적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성호 장관의 신중론과 임은정 지검장의 강도 높은 비판, 노만석 직무대행의 반대 입장 등은 모두 검찰개혁의 방향과 방식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야 함을 상기시킨 사례다.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는 뒤로 밀리고, 검찰 권한 분리와 견제라는 개혁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따라서 검찰개혁은 제도 설계와 권한 배분, 실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숙의와 조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방적 속도전에 매몰되거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표는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 회복,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당정과 검찰, 학계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충분한 토론과 합의 과정을 통해서만, 지금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의미 있는 개혁의 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