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추석 연휴 직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에 대해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에서 금융정책·감독 기구의 체계를 바꾸는 내용을 철회하는 협상안을 내놓으며 국회 본회의 직전까지 정부조직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은 오는 26일 오후 필리버스터가 강제종료된 후 처리될 전망이다.
◇ 민주당,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 철회하며 협상 시도
민주당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던 만큼, 본회의 직전까지 국민의힘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특히 금융위원회 등 현행 금융정책·감독 기구의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철회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에 민주당이 발의한 정부조직법엔 수사·기소 분리를 원칙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법무부 산하)과 중대범죄수사청(행정안전부 산하)을 신설하는 내용과 국무총리 산하의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예산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기획재정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 경제정책 기능을 담당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환경부를 환경·기후변화 및 에너지 등 탄소 중립 관련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과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를 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이는 국내금융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되는 내용이 골자다. 단 금감위 설치법은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인 만큼, 민주당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당정대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금감위 설치법 등 금융정책·감독 기구의 체계를 바꾸는 방안은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고위 당정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조직개편 신속 처리로 정부조직 안정이 긴요하나 현재 여야의 대립으로 필리버스터는 물론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조직 개편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의 소재가 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은 국민의힘이 ‘추가 논의’를 제안하며 정부조직법 처리에 반대하고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나온 협상 카드였다.
◇ 여야, 최종협상 결렬… ‘4박 5일’ 필리버스터 돌입
민주당은 이러한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하고 국민의힘과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회동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협상이 결렬됐음을 알렸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의가 된 법률을 먼저 (본회의에) 상정해서 처리하자고 건의했는데, 민주당에선 오히려 합의가 안 되고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는 법안부터 상정하자고 해서 의견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문제가 많다. 검찰(청)을 해체해서 중수청·공소청으로 나누는 것이 문제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것도 헌법 위반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수출과 건설을 나눠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나눈다는 것도 원전 생태계를 굉장히 심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여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정을 예고한 정부조직법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정부 부처 개편에 맞춰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을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4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4박 5일간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께 민주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문제점에 대해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문신사법안’과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선 여야가 합의했다는 것을 이유로 법안 처리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엔 금감위 설치법 등을 제외한 정부조직법 수정안이 상정됐고, 국민의힘은 박수민 의원을 시작으로 오후 6시 30분경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단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는 만큼, 민주당 등 범여권은 오는 26일 오후 6시 30분 후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정부조직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후 3개 법안에 대해 ‘법안 상정→필리버스터→강제 종료 및 법안 처리’ 과정이 반복될 예정이어서, 필리버스터 정국은 오는 29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강행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은 끝내 (정부조직법 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수차례 대화와 설득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모두 뿌리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렇게까지 할 줄 차마 몰랐다”며 “국민의힘이 야당이지만 국회의 일원이 맞는가”라고 되물었다.
◇ 주호영, 본회의 사회 거부… 우원식 ‘유감’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랫동안 판사로 일해온 법조인으로서, 20년간 국회를 지켜온 의회인으로서 이 사법 파괴의 현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겠다”며 본회의 사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주 부의장의 사회 거부로 4박 5일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우 의장과 민주당 소속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교대로 사회를 봐야 한다.
우 의장은 주 부의장에게 유감을 표했다. 우 의장은 본회의에서 “주 부의장께서 토론 사회를 보지 않는다. 벌써 여러 번 반복된 일”이라며 “국회에서 여야의 이견과 대립은 늘 있지만, 그런 속에서도 국회가 할 일, 또 의장단이 할 일은 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 부의장의 선택은 매우 아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