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검찰청이 해체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1948년 검찰청법이 제정된 후 78년 만이다. 26일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되면서다. 이에 따라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검찰청은 내년 9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 대통령까지 배출했지만… 3년 만에 ‘역풍’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부조직법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번에 통과되는 정부조직법엔 수사·기소 분리를 원칙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두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처리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지만, 민주당 등 범여권은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 시킨 후 정부조직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는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강제종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은 향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전망이다. 다만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설치는 1년 유예를 둔 만큼, 실제 검찰청이 폐지되는 시점은 내년 9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역사는 오늘 저녁 7시 검찰개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게 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9월 검찰청 폐지가 현실화하면, 이는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는 것이다. 검찰 제도는 1948년 8월 검찰청법이 제정되고 법원 조직에서 분리되며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법 개정과 조직 개편 등을 거쳐왔다.
검찰은 역사상 굵직한 사건을 맡으면서 정부 부처 중 가장 존재감이 강한 조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검찰은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조작 사건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등을 수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 중심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가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표적·보복 수사’ 논란이 제기됐고, 이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됐다. 대표적 사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다. 이러한 논란 등으로 중수부는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됐다.
중수부가 폐지된 후 특별수사 기능은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지휘·감독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수사하는 형식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수사 논란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조국 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지만, 가족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중도 사퇴했다. 이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렸는데, 당시에도 검찰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후임으로 추미애 현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2022년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윤석열 정부 시기 정점에 달했다. 윤 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을 향한 기소와 수사는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이는 여야의 극심한 대립의 발단이 됐다.
여기에 더해 김건희 씨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은 검찰개혁 목소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탄핵됐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러한 검찰에 대한 각종 논란이 축적되면서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았다.
◇ ‘보완수사권 문제’는 숙제
이처럼 검찰청은 해체 수순에 들어갔지만, 향후 적잖은 과제가 남아있다. 이 중 최대 쟁점은 검찰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흡하거나 부실하다고 판단될 때, 직접 추가 수사를 하거나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인 ‘보완수사권’ 존폐 문제다.
현재 검찰은 ‘보완수사는 권한이 아닌 의무’(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라며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보완수사권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장경태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 나와 “(보완수사권 유지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맞지 않는 말”이라며 “보완수사권이 2차적 수사권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검찰청 내에 수사관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이라고 유지를 반대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전날(25일) KBS 라디오에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자 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민주당 내에서나 정부에서도 그런 입장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다. 이것은 앞으로 당정대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토론을 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조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남은 것은 ‘공소청’ 소속 검사의 권한 문제다. 검사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은 당연히 인정돼야 하고, 부당 또는 미진한 경찰 수사의 경우 검사는 담당 경찰관 교체 및 징계 요구권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은 다르다. 공소 제기 판단에 필요한 예외적 조건에서만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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