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특검 소환 당시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던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 뉴시스
지난 9월 특검 소환 당시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던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견건설사 서희건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진땀을 흘렸다.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한 이봉관 회장은 고발 위기에 처했고, 서희건설의 성장 기반이 된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관련해선 ‘폐지’까지 언급됐다. 서희건설이 가시밭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불출석한 이봉관 회장… 뭇매 맞은 서희건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오던 서희건설은 최근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창업주인 이봉관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씨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실토하면서 중대 오너리스크가 발생했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성장의 기반이 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새 정부 들어 예사롭지 않은 기류를 맞고 있다. 여기에 지역주택조합 사업 과정에서 배임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장폐지 리스크도 대두된 상태다.

이처럼 여러 파문에 휩싸인 서희건설은 국감의 호출을 피할 수 없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봉관 회장과 김원철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주된 사유는 지역주택조합 관련 내용이었으나 뇌물과 인사청탁 등에 대한 질타 및 질의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봉관 회장은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지난 13일 국감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이다.

여당 차원의 ‘기업인 호출 최소화’ 방침으로 적잖은 기업인들이 국감에 출석을 모면했으나, 이봉관 회장의 불출석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위원회 의결로 고발할 수 있다”며 “이봉관 회장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지와 고발 여부를 간사위원 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서희건설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 관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으며, 김윤석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관련해 폐지 수준으로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희건설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서희건설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 관련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으며, 김윤석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관련해 폐지 수준으로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서희건설

이처럼 이봉관 회장은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국감장에 울려 퍼졌다. 지역주택조합 사업 관련 질의에 나선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성남양 지역주택조합 조합장과 이봉관 회장의 대화가 담긴 녹취를 공개한 것이다. 해당 녹취에서 이봉관 회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다툼을 하며 “1억? 1억이 돈입니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봉관 회장 없이 홀로 국감에 출석한 김원철 사장은 날선 질의 및 질타로 진땀을 흘렸다. 우선 녹취에선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던 이봉관 회장이 왜 건강상의 이유로 나오지 못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엔 “저도 몇 개월 동안 뵙지 못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건진법사가 서희건설 사옥에 ‘양재동 비밀 대선캠프’를 운영한 것, 서희건설 부사장이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에게 뒷돈을 준 혐의로 구속된 것 등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입에서도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김윤덕 장관은 서희건설 사례를 들며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여러 문제를 제기한 이건태 의원의 질의에 “현재 국토부 차원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거의 폐지 수준으로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희건설이 뒷돈을 주고 물가상승분보다 많이 증액한 것으로 드러난 공사비를 조합에게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고 그 중심에 서희건설이 있다. 국토부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들을 적극 구제해주기 바란다”는 이건태 의원의 당부에 “알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국감에서도 서희건설과 이봉관 회장, 그리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가뜩이나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서희건설은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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