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이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돌아왔다. / 쇼박스
배우 강하늘이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돌아왔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원톱 주연작 ‘스트리밍’부터 올해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오른 ‘야당’, 글로벌 시청자를 매료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 ‘84제곱미터’까지 쉼 없는 행보를 이어온 배우 강하늘이 영화 ‘퍼스트 라이드’로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다.

스스로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보이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배우”라고 정의한 그는 이번에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유쾌함 속에 진심을 담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강하늘이 주연을 맡은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분),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분),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분),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분),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 분)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코미디다.

이별을 선언한 위기의 부부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려내 호평받은 ‘30일’ 흥행 주역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29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극 중 강하늘은 외모부터 성적, 집안까지 완벽주의적 성격 빼고 모든 것이 완벽한 엘리트 태정 역을 맡아 특유의 능청스럽고 유연한 연기로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이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강하늘은 남대중 감독과 다시 만난 소감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월간 강하늘’의 올해 마지막 작품이다. 개봉 소감은. 

“여타 작품 공개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3~4년간 찍었던 작품들이 이제 끝이구나, 또 2~3년은 조용히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이 작품이 올해의 종착역이구나 싶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남대중 감독이 좋아도 대본이 별로이거나 나와 안 맞았으면 안 했을 것이다. 대본이 재미있어서 하게 된 게 제일 크다. 남대중 감독의 대본은 단순히 재미있는 게 아니라 상황이 너무 기발하다. 그런 기발한 상황들이 자꾸 나오니 내 상상력도 자극받는다. ‘30일’ 때도 그랬다. 대본을 읽으면서 ‘이 상황은 참 기발하다’ ‘이 신을 이렇게 쓰는 게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재밌는 상상력이 돌았다.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

-어떤 점이 기발했나.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그랬다.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들이 나오는 상황이 재밌었다. 갑자기 외국에 와서 즐겁다가 갑자기 유치장에 갔다가 이런 시퀀스가 옛날 영화를 보면서 느낀 기발함과 닮아 있었다.”

태정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이끈 강하늘. / 쇼박스
태정으로 분해 극의 중심을 이끈 강하늘. / 쇼박스

-전작인 ‘30일’과 ‘스물’이 떠오르기도 했다. 연기하면서는 어땠나. 

“‘스물’은 사실 찍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작품도 많았고 해서 촬영할 때는 생각을 한 번도 안했는데 영화가 나오고 나니 생각이 나긴 하더라.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뭔가 다르다기보다는 그냥 오랜만에 친구들과 있는, 친구들과 하는 재미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다. 생각해 보니 요즘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더라. 보는 분들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노는 이런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점을 둔 부분은.

“기발한 상황일수록 뜬금없이 툭툭 터져버리면 ‘잉?’ 하게 되잖나. 그걸 풀어내는 게 연기자의 힘, 연기자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거든. 그 톤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이런 상황이 재밌다고 느낄 수 있는 톤을 맞춰가고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완벽히 잘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중점으로 뒀다. 감독님의 대본을 읽으면 주성치 영화가 생각날 때가 있다. 뜬금없는 신이 진행될 때 주성치 영화를 머릿속으로 되뇐 경우가 많았다. 그냥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작품이 많으니까, 이런 신 전개가 있을 때 ‘주성치는 어떻게 했더라’ 하는 식으로 떠올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세’더라. 기세로 몰아붙이니까 끌려가게 되더라. 이 영화도 그렇게 생각해 봤다.”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낸 지점이 있다면. 

“촬영하면서 캐릭터 설정에 맞게 감독님과 바꾼 부분은 꽤 많다. 특히 어떤 큰일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걱정과 위로보다는 방안을 제시하는, T(이성적) 성향을 넣으면 더 태정 같다고 생각해서 군데군데 많이 바꿨다.”

-개성 강한 캐릭터 사이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인원이 많이 나오는 영화나 작품을 할 때는 포지션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포지션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대부분 톡톡 튀는 캐릭터다 보니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태정이라고 생각했다. 늘 상황을 연기할 때 내가 중재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를 감독님과 상의했다. 중재자처럼 보이기 위해 하다못해 서 있는 위치를 설정할 때도 신경을 썼다.”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왼쪽부터) 차은우와 김영광, 강하늘, 강영석. / 쇼박스
유쾌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왼쪽부터) 차은우와 김영광, 강하늘, 강영석. / 쇼박스

-케미스트리는 어떻게 맞춰갔나.

“우리의 합은 더할 나위 없었다. 감독님까지 포함해서 너무 재밌었다. 매 장면 항상 회의를 했다. 감독님의 가장 큰 강점인데 되게 열려 있거든. 매 신 찍을 때마다 모여서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 항상 회의를 했다. 그게 우리 모두 다 좋아한 순간이고 우리 영화에도 되게 큰 플러스 요인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대중 감독님이 대본을 썼지만, 뼈대만 준 거나 다름없었다.(웃음) 현장에서 다 같이 만든 장면이 너무 많다. 다만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긴 영화로 소개되기에는 애매하다. 나도 영화를 보고 나서 단순히 웃긴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즐거운 영화’라고 표현했다. ‘웃긴’과 ‘즐거운’은 다른 느낌이잖나. 즐겁고 흐뭇한 영화로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고 그렇게 하기 위해 톤 조절을 많이 했다. 너무 웃기게 가지 말자, 혹은 너무 딥하게 가지 말자. 그 중간 지점을 타기 위해 회의를 계속했다.”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영광 형은 내 시절 싸이월드 최고 얼짱이었다. 항상 영광이 형 사진이 있었다. 김영광 형을 처음 만난다고 했을 때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해피 뉴 이어’ 때 같이 했지만 만나는 신이 없었다. (차)은우 같은 경우는 ‘내가 그분을 만나도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그분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느낌. (강)영석은 워낙 친한 친구였고 (한)선화도 ‘파일럿’ 때 이미 한 번 만나서 처음부터 무장해제가 됐다. 다들 너무 성격이 좋아서 친해지는데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은우도 그렇게 생겼는데 털털하고 영광이 형도 그렇게 피지컬 좋고 멋있는데도 소박하고 털털하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모였을 때 너무 편안했다.”

-10대 시절도 연기해야 했다. 교복을 입고 연기했는데.

“대본을 읽었을 때는 학창 시절이라고 글로만 나와 있어서 교복을 입고 학교 생활을 촬영해야 한다는 걸 직접 체감하지 못했다. 교실 신을 찍으러 가서야 ‘아, 교복을 입어야 하네. 교실 신이지’ 하고 인지가 됐다. 교복을 입었는데 예전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혼자 봤을 때는 나쁘지 않았다. 내 눈에 익었으니까. 그런데 영광이 형, 영석이를 보니 차이가 느껴졌다. 채워주러 온 보조 출연자분들이 실제 고등학생들이었는데 진짜 차이가 나더라. 교복 입는 건 이제 못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웃음)”

-옥심을 향한 태정의 감정은 무엇이었나. 

“감독님과 깊게 상의한 건 아니지만, 내가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한 부분이 있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여동생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자꾸 ‘현타’가 오는 거다.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여동생의 친구랑 사귈 수 있어?’라고. 절대 못 한다는 거다. 그 둘의 이야기가 여동생에게 흘러가고 놀릴지도 모르니 절대 안 만난다는 거였다. 나는 여동생이 없어서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것처럼 태정도 옥심이 나쁘지 않지만 자꾸 ‘현타’가 온 거라고 봤다. 그래서 마지막 부르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진심을 담아 부르긴 했지만 옥심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또 ‘현타’가 와서 충고와 조언의 말을 해주는 콘셉트로 연기했다. 중간중간 조금씩 챙겨주는 모습들이 있지만 완전히 밀어내는 것도 아니고 여지를 주는 것도 아니었다. 옥심이 나쁘지 않지만 여동생의 친구는 안 된다는 마음이 늘 품고 연기했다.”

쉼 없는 행보로 올해 꽉 채운 활약을 보여준 강하늘. / 쇼박스
쉼 없는 행보로 올해 꽉 채운 활약을 보여준 강하늘. / 쇼박스

-실제로도 ‘사총사’ 같은 존재가 있나.

“있다. (강)영석이도 그중 하나다. 군대 갈 때 꼭 친구들에게 머리 한 줄씩 밀어달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까지 해서 8명 정도 된다. 그 친구들이 항상 그런 친구들이다. 모이면 그냥 바보가 된다. 커피만 마셔도, 아무 이야기 안 해도 편하다. 휴지 같은 걸 보면서 ‘이거 너 닮음’ 이런 바보 같은 농담을 한다. 촬영하면서 솔직히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다. 최근 이런저런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연락도 잘 못하고 갑자기 미안해지고 나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30일’에 이어 ‘퍼스트 라이드’까지 남대중 감독과 함께했다. 남대중 감독 코미디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발한 상황 안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 작품에서는 상황은 굉장히 기발하게 펼쳐지지만 연기를 할 때는 그 상황에 맞게 우스꽝스럽게 더 가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이 재밌고 황당하니까 더 편안한 톤으로 연기하라고 디렉팅한다. 그게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도 맞다. 편안한 상황을 웃기게 만들려면 과장된 연기가 필요하지만 상황 자체가 기발하거나 독특할 경우에는 배우의 톤이 너무 튀면 안 되거든. 감독님은 그 균형을 정말 잘 캐치하신다.”

-올해도 쉼 없이 달려왔다. 원동력을 꼽자면.

“나를 찾아주는 분이 계시니까 그냥 하는 거다. 연기자는 그렇잖나.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찾아주지 않으면 나는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누군가 찾아주실 때는 그 일을 그냥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강하늘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한다. 그래도 편안한 느낌 아닐까. 나의 외형이나 여러 가지를 봤을 때 그냥 편안하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있다. 아니면 그냥 시키는 걸 다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감독님이 시키는 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다 보니 감독님들이 찾아주는 게 아닐까 한다.”

-연기를 대하는 자신만의 규칙, 기준이 있다면. 

“나는 천의 얼굴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 놓고 있다. 더 잘해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가다듬으면서 하려고 노력 중이다. 감정 표현이나 표정, 느낌 같은 걸 만나다 보면 안 어울리는 작품을 만날 수도 있다. 그래도 흐트러지거나 무너지기보다는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표현 방법을 찾는다. 내가 못하는 것까지 손대려고 하진 않는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내가 못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다. 그걸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기보다는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보이기 위해 그 에너지를 쓰는 편이다. 할 줄 아는 걸 최대한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차기작인 영화 ‘국제시장2’ 촬영까지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겼다고.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집에서 진짜 나 혼자만의 시간, ‘일하는 강하늘’을 끝내고 ‘쉬는 김하늘’로 돌아왔을 때는 거의 말을 안 한다. 갑자기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거나 우울해지는 게 아니라, 집에서 가만히 있는 그 시간에 너무나 큰 행복감을 느낀다. 잠시 난 사라질 거다.(웃음) 요즘 계속 차에서 거미의 ‘날 그만 잊어요’를 듣고 있다. 이런 시간이 당연히 필요한 것 같다. 한 달 정도 여유가 있는데 홍보 빨리 마치고 사라지려고 한다.(웃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