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기자님은 멸종위기종이 매운탕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지난 7일 경상북도 영양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다. 그때 기자는 ‘꼬치동자개’라 불리는 한국 토종 민물고기 방류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한 터였다. 멸종위기종이 매운탕거리가 되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꼬치동자개는 과거 국내 하천에 흔한 물고기였으나, 1990년대 이후 교량·하천공사, 주변 개간에 의한 수질 악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때문에 국립생태원에서는 꼬치동자개 복원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년 약 500~1,000마리 이상의 꼬치동자개 증식개체를 서식지에 방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꼬치동자개의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반인들에게 꼬치동자개는 ‘익숙하지만 동시에 잘 알지 못하는’ 생물이어서다. 모습은 식용으로 사용되는 메기, 빠가사리를 닮았다. 때문에 무심코 낚은 꼬치동자개를 식용물고기와 착각해 매운탕거리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꼬치동자개 뿐만이 아니다. 멸종위기종 ‘까치상어’는 수산시장에서 횟감으로 자주 사용된다. 검회색빛 몸에 줄무늬, 긴꼬리 지느러미를 가진 상어말이다. 우리가 횟집 수족관에서 자주보는 상어가 바로 까치상어다. 그러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따르면 까치상어는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주요 어업대상종’이 아니기에 따로 규제가 존재하진 않는다.
반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멸종위기종인 고래는 어떨까. 시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멸종위기에서 대다수종이 벗어난 상태다. 과거 멸종위기종이었지만 대중적 관심이 뒷받침되며 복원과 연구, 포획규제 강화 등 체계적인 보호활동이 진행된 성과다.
상업적 포획을 금지하는 ‘밍크고래’의 경우 적색목록등급은 ‘관심대상(LC)’로 분류된다. 이는 비교적 분포지역이 넓고 개체수가 많다는 의미로 멸종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종들에게 부여된다. 국내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참돌고래와 낫돌고래도 같은 등급이다.
물론 밍크고래, 참돌고래 등의 종의 상업적 포획을 허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위기에 처했고 보호해야 할 진짜 ‘멸종위기종’들과 대중들에게 익숙한 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선 국립생태원과 극지연구소를 비롯한 주요 생물종 연구기관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멸종위기종을 정확히 연구·복원하고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은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취재를 마치고 복귀하던 길, 강동원 선임연구원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한번은 연구비용을 전부 돌려 멸종위기종이 무엇인지 대중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우리가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길은 그들(멸종위기종)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