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당도’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트리플픽쳐스
영화 ‘고당도’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트리플픽쳐스

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신예 권용재 감독의 장편 연출작 ‘고당도’가 극장가에 신선한 웃음과 씁쓸한 공감을 예고한다. 개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배우 강말금·봉태규의 만남도 기대를 더하는 이유다. 

‘고당도’는 아버지 부의금으로 조카의 의대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가족의 가짜 장례 비즈니스를 그린 고진감래 가족 희비극이다. 단편영화 ‘굿바이! 굿마미’ ‘조의’ ‘개꿀’ 등으로 국내외 다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아 온 신예 권용재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첫 장편 연출작으로 오는 27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25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고 있다.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고당도’는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관계, 핏줄로 엮인 ‘가족’을 파고드는 심도 깊은 탐구를 서스펜스와 블랙코미디로 버무려 웃음과 공감을 안겼다. 유머와 씁쓸한 현실이 맞물리며 영화적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와 여운을 남겼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권용재 감독은 “단편영화와 궤를 같이한다. 거의 동일한 이야기인데 그 사이 살을 채워서 확장한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출발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부분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며 “제철 과일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 계절의 과일을 먹을 때마다 100번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중하게 먹는 습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자취하고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마다 이 순간이 제철 과일이라고 비유한다면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영화 속에서 과일과 가족의 이야기를 덧씌워서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목 ‘고당도’에 대해서는 “제철 과일을 ‘고당도’라 부르는 것에 더해 조문에서 쓰이는 ‘고(故)’와 도달하다는 ‘당도’의 말을 합친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감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맛인지 규정할 수 없지만 계속 씹고 삼킨다”며 “좋아서 가족이고 싫어서 가족이 아니듯,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사랑해서 가장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하듯, 그것이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고당도’로 만난 (왼쪽부터) 권용재 감독과 배우 강말금, 봉태규. / 시사위크 DB
‘고당도’로 만난 (왼쪽부터) 권용재 감독과 배우 강말금, 봉태규. / 시사위크 DB

선영 역의 강말금과 일회 역의 봉태규의 떫디떫은 현실 남매 연기도 ‘고당도’를 이끄는 힘이다. 부의금을 목적으로 아버지의 가짜 장례식을 꾸미는 남매로 분해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강말금은 “2019년 단편영화를 권용재 감독과 함께 했는데 같은 테마가 발전돼서 5년 후 장편이 돼서 내게 왔다”며 “시나리오가 재밌었고 재미 끝에 여러 겹이 많이 생긴 것 같아 의미도 크게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역할로 나를 다시 초대해줘 감사했다. 마침 스케줄이 맞아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미나문방구’(2013) 이후 무려 1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봉태규는 “권용재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단편영화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그때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다고 했고 나와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했다”며 “이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다. 꽤 큰 고등학생 아버지로 나온다는 것도 좋았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과 맞물려서 즐겁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 오랜만에 영화인데 안심하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시나리오를 보고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연기 호흡도 언급했다. 먼저 강말금은 “내게 봉태규는 ‘가족의 탄생’ ‘바람난 가족’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였기 때문에 걱정이 됐는데 (봉태규가) 워낙 친화력이 좋고 이야기도 잘 이끌고 상대를 편하게 해줘서 금방 풀렸다”며 “함께 촬영 끝나고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봉태규도 “(강말금과) 앞서 단편영화에서 만나서 그때부터 배우로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같이 하면서 정말 친누나 같았다”며 “의지를 많이 했다. 영화 촬영이 오랜만이기도 해서 누군가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그럴 때마다 누나(강말금)가 기댈 수 있게 해줬다. 무언가 큰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딱 버텨주고 있더라. 편하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영화를 향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봉태규는 “권용재 감독이 마지막까지 한땀한땀 작업을 열심히 했다. 그 힘이 느껴질 것”이라고 했고 강말금 역시 “감독이 완성한 영화를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배우에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데 이 영화로 직접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보탰다.

끝으로 권용재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제일 중요했던 게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다. 오락적인 특성을 존중하면서 부담 없이 만들고 싶었다. 그렇지만 얹히는 무언가가 있길 바랐다”며 “관객이 우선인 영화를 만들었다. 재밌게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극장 관람을 독려했다. 오는 12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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