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정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당원 1인 1투표제' 관련 논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정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당원 1인 1투표제' 관련 논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대표의 핵심 공약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공개 반발이 나온 데 이어 당 일각에선 ‘소송전’ 조짐까지 보이면서다.

민주당은 대체로 ‘1인 1표제’는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실상의 ‘대의원제 무력화’에 따른 영남 지역 소외 가능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둘러싸고 당내 파열음이 계속되자, 지도부는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던 중앙위원회를 내달 5일로 연기하고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 ‘1인 1표제’ 왜 논란됐나

민주당은 지난주 권리당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기존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20대1 미만으로 규정한 조항을 없애고,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확립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은 86.81%, 반대는 13.19%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10월 당비를 낸 권리당원 164만5,061명을 대상으로 투표 대상을 넓혔지만, 16.81%(27만6,589명)에 그쳤다. ‘1인 1표제’ 도입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주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자, 정 대표의 핵심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사 결과가 나온 후 ‘1인 1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둘러싼 당내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는 24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공개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의 핵심은) 민주당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운영해 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폐지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라며 “더구나 ‘왜 대통령 순방 중에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이느냐. 그래서 당원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느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리당원의 여론조사 참여율이 저조한 것에 대해서도 “불과 1개월 가입 당원의 참여, 권리당원의 16.8%밖에 참여하지 않은 여론조사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정해졌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방식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이것을 추진하는 과정이 조금 더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숙의하는 절차를 갖추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 최대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정청래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당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에서도 공개 반발이 나왔다. 사진은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두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에서도 공개 반발이 나왔다. 사진은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문제는 개정안이 호남 등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 목소리는 과대 대표하고, 영남 등 비교적 지지세가 약한 지역의 목소리는 과소 대표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이 비판 지점으로 꼽힌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윤종군 의원은 전날(23일) 페이스북에 1인 1표제 에 대해 “TK(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며 “대의원 1인 1표제와는 다른 맥락에서 영남 등 전략 지역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표 당시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낸 강득구 의원도 페이스북에 “1인 1표제를 도입한다는 이유로 그 보완 장치의 취지까지 모두 없애버린다면, 그것은 우리 당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는 졸속 개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반발의 목소리는 ‘소송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일부 당원들은 “정 대표 취임 이후 지도부의 여러 결정이 당원들의 기대와 크게  어긋나며 불신이 폭발하고 있다”며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는 연판장까지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 ‘고성’ 오간 당무위, 결국 ‘최종결정’ 연기

이처럼 ‘1인 1표제’를 두고 당내 논란이 심화하자, 민주당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하긴 했지만,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중앙위를 일주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당무위 후 기자들과 만나 “1인 1표 도입 등과 관련해서 일부 우려가 있기때문에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중앙위원회 논의를 일주일 늦추기로 했다”며 “의견을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정 대표가 중앙위 일정 수정안을 직접 발의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당초 오는 28일 중앙위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당내 반발이 확산하자 중앙위를 일주일 연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앙위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이다. 중앙위는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최종 관문이다.

오전 당무위에선 1인 1표제 도입을 두고 격론이 오갔고,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이에 조 사무총장은 “다른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조금 더 논의할 시간을 갖자는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당원 1인 1투표제 관련 논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당원 1인 1투표제 관련 논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1인 1표제에 대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1인 1표제를 강조하는 영상을 포함해 총 6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정 대표는 오후 당무위에서 “12·3 내란을 극복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국민주권시대가 활짝 열렸고, 그에 맞춰 당도 당원 주권 시대를 표방하며 몇 년 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며 “약속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의 신뢰이고, 더 큰 대의는 이것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또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수많은 논의를 거쳐온 만큼 절차와 숙의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어 “다만 더 면밀하게 숙의 과정을 거치자는 의견으로 모아진 만큼 보완책을 마련하고 당원주권주의를 활짝 열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 측도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나와 이번 1인 1표제 추진이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당 대표로부터 내년 지방선거 이후 8월 (전당대회) 선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연임을 안 하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선 “거기에 대해서 지금 누가 얘기를 하나. 그거는 맞지 않다”며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다. 거기에 매진할 때지, ‘내년 8월 가서는 또 뭐 할까’ 그렇게 정치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거는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