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 소속 한 택배기사가 생활고와 대리점 갑질 의혹을 제기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로젠택배

시사위크= 이미정 기자  최정호 로젠택배 대표이사가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렸다. 로젠택배 소속 한 택배기사가 생활고와 대리점 갑질 의혹을 제기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본사도 강한 후폭풍에 휘말려서다. 그간 로젠택배가 본사,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상생환경 구축에 힘써왔다고 자부해온 만큼 이번 사태는 더욱 충격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 로젠택배 기사, 극단적 선택… 열악한 근무환경과 대리점 갑질 의혹 제기    

전국택배노동조합과 경남 진해경찰서에 따르면 40대 택배기사 김모 씨는 20일 오전 3시쯤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서지점 관리자는 고인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김씨가 생활고에 몰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가족과 회사 관계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씨는 사망하기 직전, 자필로 작성한 유서를 촬영해 함께 일하던 노조 조합원에게 메신저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그는 유서를 통해 생활고와 열악한 근무환경, 대리점 갑질 문제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유서를 통해 “택배기사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과 차량구입, 전용번호판 등을 준비해야 했음에도 200만원 밖에 못 버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적은 수수료와 세금 부담으로 인해 수입이 극도로 적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여기에 대리점 갑질로 심적인 고통에 시달렸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씨는 유서를 통해 “한 달 200만원도 못 하는 구역은 소장(택배노동자)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대리점은)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원금(대출금)과 이자 등 한 달 120만원의 추가 지출이 생기고 있어 빨리 그만두고 직장을 알아봐야 했는데 지점에서 자신은 안중에도 없어 했다”며 “3개월 전에만 사람(후임자)을 구하던지, 자기(대리점)들이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월부터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과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택배 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는 해당 구역 택배일을 인계받기 위해 보증금 500만원을 대리점에 지급하고, 권리금 300만원도 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수수료 수익은 턱없이 적었고 차량 할부금 부담까지 더해져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씨는 대리점에 퇴사 의사를 전달했지만 일을 그만두는 것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계약에 따라 퇴사 시 후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리점 측은 김씨가 퇴사를 희망하자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이 같은 갑질 의혹에 대해 부산 강서지점 측은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배상 요구 없었으며, 퇴사 시 후임자를 데려와야 하는 조건은 계약서상 명시된 조항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 침묵 중인 로젠택배 본사… 기업 경영철학 ‘상생문화’ 흔들 

최정호 로젠택배 대표이사가 택배기사 사망 사건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렸다. /로젠택배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사망 사건은 택배기사의 과로사 논란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불거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택배근로자의 열악한 처우와 대리점 갑질 의혹를 제기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999년 설립된 로젠택배는 시장점유율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중형 택배업체다. 택배업계 ‘빅3’인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직스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온 곳이다. 로젠택배의 지난해 매출은 4,427억원, 영업이익은 244억원, 순이익은 1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7.9% 늘어났다. 특히 순이익은 67%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의 꾸준한 성장 배경에는 2008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장기간 회사를 이끌고 있는 최정호 대표의 상생경영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로젠택배 측은 그간 본사는 물론 지점, 택배기사까지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경영을 통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 같은 회사의 상생문화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대리점의 갑질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궁극적으론 본사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로젠택배 측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본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자 회사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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