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發 ‘리먼 브라더스 사태’ 올라, 은행권 ‘노심초사’
청년‧신혼부부 과도한 채무… 10년 후 소비주체 가계 위협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집값의 6%로 내 집 마련할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은 대출을 많이 받으라는 얘기다. 10년 후 국가 소비의 주체가 되는 청년층에겐 장기간 채무 부담을 줘 가계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90%까지 상향하겠다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권에선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트렸던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닮은꼴이라며 불안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 대표가 12일 밝힌 “집값의 6%만 있으면 내 집 마련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일으킨 ‘모기지론’ 정책을 펴겠다는 얘기여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은행권에서 부담을 느낄 것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구체적 사안은 현재 논의 중이나 모기지론 형태로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제는 모기지론이 30년 동안 집값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매달 대출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즉 30년 동안 매달 적지 않은 규모의 대출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가계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비가 위축돼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다줄 가능성마저 있다.

송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해 청년층과 신혼부부에 국한해 LTV를 90% 이상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층과 신혼부부는 10년 후에는 국가 소비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장혜영(비례대표‧기획재정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LTV를 90% 이상 상향하겠다는 것은 여당이 집값 잡는 것을 포기했다는 얘기”라며 “빚내서 집 사게 한 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은 급격하게 불안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30대(청년층)의 가계 대출 비율(LTI)이 262.2%에 달한다. 즉 연소득의 2.6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주댁담보대출 비율 금리도 상향되는 추세며, 집값도 폭등한 상황이다.

송 대표의 발언대로 집값의 6%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청년층에 너무 많은 부채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다. 만약 전‧월세 보증금 1,200만원을 빼 집을 산다고 가정할 때, LTV 94%를 적용하면 1억8,8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해져 시세 2억원 규모의 집을 구매할 수 있다.

이 경우 1억8,800만원을 30년 동안 원리금균등 상환방식으로 갚아야 한다. 매달 원금만 52만원을 갚는 꼴이다. 여기에 30년간의 이자까지 고려하면 월별 상환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승석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청년층들이 장년층에 비해 소득 수준이 많은 게 아니다”라며 “30년간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것이 쉬운 게 아니며 이는 자연스럽게 가계 경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년 동안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게 ‘모기지론’의 핵심이다. 문제는 모기지론이 2008년 미국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점이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모기지(장기주택자금대출)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기관 파산 사건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모기지론은 금융소비자가 주택을 구매할 때 그 주택을 담보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은행권에 장기간 저리로 자금을 빌린다. 또 은행권은 이 주택저당증권을 중개기관에 판매한 후 대출 자금을 회수한다. 다시 중개기관은 주택저당증권을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결국 △은행권 △중개기관 △투자자 등은 금융소비자가 상환하는 대출금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은행권에선 ‘6%로 집을 사게 하겠다’는 송 대표의 발언에 모기지론을 직감, 불안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기지론 방식을 통해 집을 구입한 채무자가 빚 갚을 능력을 상실했을 때 금융권은 주택저당증권을 회수해 되팔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채무자가 변제 능력을 상실해도 주택저당증권의 가치가 높아지지만, 집값이 하락할 경우 주택저당증권의 가치가 떨어져 △은행권 △중개기관 △투자자 등에게 손실을 가져다준다. 더욱이 은행 매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송 대표의 말 대로 많은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이 모기지론 형태로 집을 구매할 경우 은행권이 갖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집값 상승 국면이 계속된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모기지론이라는 게 30년 이상 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면서 “10년 후 집값이 떨어져 주택저당증권 가치가 하락하면 원금과 이자를 10년 전 그대로 갚을 채무자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만 모기지론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만 아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송 대표가 내놓은 6%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1차 시장인 금융소비자에게 레버리지(실제 가격변동률보다 몇 배 많은 투자수익률이 발생하는 현상, 레버리지가 발생하려면 반드시 부채가 수반된다)가 큰 상품을 판매할 때는 부담이 따른다”면서 “2차 시장인 주택저당증권도 레버리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TV를 조정해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공급하는 정책은 좋지만 1‧2차 시장을 고려해 비율 조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값의 6%만 있으면 내 집 마련하겠다는 송 대표의 발언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12일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에게도 설명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지지하고 거대 야당이 밀어붙이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신속히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LTV를 90% 이상 상향해 모기지론 형태로 주택담보대출이 시행될 경우 은행권에 불어올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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