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통신사에게 요금을 낮추도록 통신요금인하 정책을 시행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통신서비스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지만 ‘비싼 요금제’ 때문에 가장 많은 불만을 표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통신요금은 다른 국가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핀란드 컨설팅업체 ‘리휠’에서 지난 201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의 경우 30유로(한화 3만9,534원) 기준 데이터 제공량이 100GB였으나, 한국의 경우엔 300MB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엔 값비싼 5G통신 요금제까지 출시되자 통신서비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통신사들에게 통신요금인하를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디지털뉴딜·5G 등 신사업 추진 때문에 통신사 부담주기 힘들어”

이처럼 통신서비스 요금 인하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통신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맞춰 통신요금을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하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통신사 실적이 크게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에서 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통신요금이 인하되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글로벌 통신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통신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통신요금인하 정책을 강제로 추진하긴 힘들다는 게 그 이유다. 인위적 통신요금인하를 추진할 경우 5G 육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신사들에게 통신요금인하를 권고하기 껄끄러운 이유 중 하나는 5G산업 육성 때문이다.  인위적 통신 요금 인하를 추진할 경우 5G 육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2일 발표한 ‘통신서비스 6월 투자 전략’ 보고서에서 “5G육성책이 단순한 국내 이슈가 아닌 글로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정부가 요금 인하를 강요하긴 부담이 크다”며 “전 세계 각국 규제 기관들이 통신요금 규제와 관련해 상당히 변화된 스탠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핵심 사업이 ‘디지털 뉴딜’인 것도 정부가 당장 통신요금인하를 추진하기엔 부담 요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뉴딜 사업은 △D.N.A(데이터, 네트워크, AI) 생태계 강화 △비대면 산업 육성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로 구성됐다. 모두 통신기술, 특히 5G통신 기반이 필수적인 사업들이다. 때문에 당장 통신사들에게 통신요금인하로 부담을 주게 된다면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사업 진행 속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최근 정부 및 정치권에선 국내 4차산업 육성을 꾀한다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대표적으로 이에 해당하고, 여야 모두 이를 추진해야한 다는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 국내 통신 3사 5G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며 진짜 5G 도입이 지연되는 등 5G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정부와 정치권에서 통신요금인하를 밀어 부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기엔 현실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핵심 사업이 ‘디지털 뉴딜’인 것도 정부가 당장 통신요금인하를 추진하는데 부담 요소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들 모두가 통신기술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 요금 인가제 폐지도 정부의 통신사 요금인하권고 ‘장애물’

아울러 지난해 5월 폐지된 통신요금 인가제 역시 정부가 통신요금인하를 권고하는데 장애물이 될 듯하다.

통신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입자 1위)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였다. 

하지만 한국만이 통신요금 인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사업자간 자율적 경쟁을 막고 담합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5월 20일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 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후 정부는 이를 대체할 ‘유보신고제’를 도입했다. 유보신고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이용약관이 이용자 이익이나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 검토해 신고 후 15일 이내에 수리 또는 반려하는 제도다. 

문제는 통신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서 정부가 통신요금인하를 강제할만한 방법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재 국내 통신시장은 통신사간의 요금제 자유 경쟁 시대가 도래 하면서 요금이 더 저렴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통신사들이 고가의 통신 상품만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통신요금이 비싸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 역시 지난해 5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결정됐을 당시 이 같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참여연대 측은 “한국의 통신시장은 SK텔레콤은 기간통신사업자로 선정되어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단 한차례도 1위사업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던 유래없는 독과점 시장”이라며 “이런 독과점시장에서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번에 폐지되는 ‘요금인가제’가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막강한 요금 규제 역할을 수행했던 통신요금 인가제가 지난해 5월 30년 만에 폐지됐다”며 “정부의 가장 효율적인 인위적 통신 요금 인하수단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연관 사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적 폐지 사유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어쨌든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로 인해 현실적으로 정부가 통신요금인하를 권고할 방법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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