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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가 국내에 출시한 폴스타2는 전기차이면서도 내연기관의 특색을 지닌 모델로 평가된다. / 서초=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서초=제갈민 기자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동화 삼매경에 빠져 국산 완성차 업체부터 수입 브랜드까지 모두 전기자동차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는 전기차를 타면 멀미 증세가 나타나는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이질감으로 인해 불편을 느끼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에서는 전기차의 이질감을 덜어내고 ‘내연기관의 감성을 품은 전기차’ 폴스타2를 출시해 눈길을 끈다.

폴스타 코리아는 지난 20일 폴스타2 미디어 시승행사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대에서 진행했다. 며칠간 한파가 지속되고, 눈이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 시승 코스는 기존 계획과 달리 단조롭게 변경됐다. 시승 목적지는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인근으로, 잠원동에서 올림픽대로를 이용해 하남까지 이동하는 편도 약 25㎞ 코스다.

시승 코스가 짧고 단조로워 폴스타2의 퍼포먼스를 느껴보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존재했지만, 성능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한 구간이었다. 시승 차량은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이며, 하남 방면으로 이동할 때는 동승석에 탑승했고 돌아오는 구간에서 직접 시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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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 전측면. / 서초=제갈민 기자

◇ 크롬 사용 최소화, 무난한 외관… 익숙한 듯 다른 느낌

폴스타2의 첫 느낌은 단조롭다. 요즘 출시되는 전기차의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면서 파격적인 것과 대비되는 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외적인 부분에서 기교를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폴스타 브랜드가 과거 볼보자동차의 고성능 디비전 모델로 출시된 만큼 폴스타2는 헤드램프의 ‘토르 해머’ 주간주행등과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 등 곳곳에서 볼보의 색채가 느껴진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출시되는 폴스타 3부터 달라질 것이라는 게 폴스타 코리아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형은 패스트백 크로스오버(CUV) 형태로 디자인됐는데, 전반적으로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 이면으로는 특정 브랜드 CUV 모델과 닮은 것 같고 비슷해 보인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외관에서 독특한 부분은 크롬 장식이 거의 없으며, 사이드미러의 테두리(베젤)를 없앤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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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 후측면. 트렁크 도어를 가로지르는 테일램프가 차체를 넓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 서초=제갈민 기자

일반적인 차량들은 곳곳에 은빛 크롬 소재로 마감한 엠블럼과 차량명, 트림명 등이 존재감을 더 부각시키지만, 폴스타2는 이러한 부분을 모두 걷어냈다. 전면과 후면에 위치한 엠블럼은 차체 컬러와 동일한 색상의 무광 소재를 적용했다. 그리고 차량 모델명과 트림 표기는 운전석 도어 하단부에 스티커로 붙여 후면부에는 리어램프와 무광 엠블럼만 존재해 깔끔하면서도 조금 밋밋하게 보이는 점은 일장일단이다.

사이드미러는 일반적으로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테두리가 존재하는데, 폴스타는 테두리를 없앤 프레임리스(베젤리스) 사이드미러를 적용한 점이 독특하다. 테두리를 없앤 것으로 사이드미러 크기를 줄이고, 이를 통해 공기저항 계수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폴스타2의 차체 크기는 △전장 4,605㎜ △전폭 1,860㎜ △전고 1,480㎜ △휠베이스(축거) 2,735㎜ 등이다. 폴스타2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볼보자동차의 XC40 등에 쓰이는 CMA 플랫폼을 사용해 제작되기 때문에 크기를 늘리는 것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크기가 기아 EV6보다 작은 수준이며, 동일한 플랫폼을 적용한 볼보 XC40보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조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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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의 실내 1열에서는 수납 공간이 부족해 아쉽다. 우측 하단의 사진에는 컵홀더가 1개만 있는데, 콘솔박스 덮개를 열면 내부에 동일한 사이즈의 컵홀더가 하나 더 있다. 다만, 콘솔박스는 소지품 수납이나 컵홀더 이용 중 한가지만 선택해야 한다. / 서초=제갈민 기자

◇ 실내 수납공간 및 2열 승객석 헤드룸 아쉬워

실내에서도 스티어링휠과 계기판, 송풍구 등 디자인은 대체로 볼보 브랜드와 결을 같이 하는 모습이며, 내부에 쓰인 소재도 비슷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에는 대화면 터치스크린을 장착했고 볼보의 SKT 티맵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에 실용성도 좋다. 큰 터치스크린이 실내 가운데 부분을 모두 차지하는 덕에 중앙에 있어야 할 송풍구는 대시보드 상단 중앙으로 이동했는데, 위치는 애매하지만 디자인적 측면에서는 나쁘진 않다.

터치스크린 하단으로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설치된 수납공간이 있고, C타입 USB 포트 2구가 있다. 그리고 볼륨조절 다이얼과 비상등, 전후면 유리창 열선 기능 조작 버튼이 있으며, 그 뒤로 폴스타만의 독특한 모양의 기어노브가 있다.  비상등 위치가 운전자와 가까워지고 크기가 커진 점은 조작하기 편해진 부분이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는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깊게 설계돼 주행 간 스마트폰이 운전석이나 동승석으로 떨어질 염려는 없다.

1열 시트 사이 컵홀더는 2구가 있긴 하지만, 1구는 콘솔박스 내부에 위치해 사실상 컵홀더를 2개 모두 사용할 때는 암레스트(팔걸이) 사용이 불가능하다. 콘솔박스 내부에 다른 물건을 수납해두면 컵홀더는 사실상 1개인 셈이다. 이곳 외에 수납공간은 동승석 앞의 글러브박스와 기어노브가 위치한 센터터널 좌우에 억지로 만든 것 같은 수납공간, 그리고 도어 패널 수납공간이 끝이다. 1열 수납공간은 부실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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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의 2열 공간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다. / 서초=제갈민 기자

2열에서는 1열 시트 후방의 수납공간을 지지하는 소재가 그물망으로 돼 있다. 2열 시트 중앙의 등받이를 내리면 컵홀더와 암레스트로 이용할 수 있는데, 컵홀더가 깊게 파여 있지 않아 다소 불안한 점이다. 또한 중앙부에 센터터널이 높게 솟아 있어 가운데 자리는 사실상 포기하고 4인승으로 이용해야 하는 차량이다.

더군다나 신장이 180cm 전후 정도인 승객이 2열에 탑승하면 목이나 허리를 꼿꼿이 펴는 게 불가능하다. 시트의 높이가 상대적으로 높게 설계된 모습이며, 여기에 루프의 높이도 낮아 키가 크거나 앉은키가 큰 승객의 경우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미적인 감각과 공기역학적 설계가 만난 패스트백 디자인 차량의 최대 약점이다.

그나마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있는 모델의 경우 2열에 편하게 탑승할 수 있는 키가 작은 승객 기준에서 답답함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단,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플러스 팩’ 옵션을 추가해야 탑재가 가능하다. 플러스 팩에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외에도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과 1열 전동시트 및 열선 스티어링휠, 뒷좌석 열선 시트,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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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토르의 망치’ 형상의 주간주행등과 프레임리스 사이드미러, 그리고 전후면 적재함 공간. / 서초=제갈민 기자

트렁크 도어는 후면 유리창까지 열려 적재함에 물건을 싣고 내리기가 편하며, 부피가 큰 적재물도 실을 수 있다. 버튼으로 열고 닫고를 할 수 있어 힘을 들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는 점도 좋은 점이다. 다만 적재함 면적이 넓지 않아 길이가 긴 골프백을 싣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골프백이나 낚싯대 같은 긴 물건을 싣는 경우에는 2열 시트를 접으면 된다. 2열 시트는 4대 6으로 접을 수 있다.

여기에 차량 앞부분 보닛을 열면 프론트 적재함(프렁크)이 마련돼 있어 세차 용품 등 부피가 크지 않은 물건을 별도로 보관하기 용이하다.

폴스타2는 전반적으로 차체 외관의 부위별 간격이나 실내 마감 수준 등은 준수한 편이다. 기존에 차량을 만들던 브랜드였던 만큼 차량 조립에 노하우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와 같은 조립이나 마감으로 인한 품질 이슈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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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의 외관은 패스트백 디자인으로 설계돼 전반적으로 평가가 긍정적이다. / 하남=제갈민 기자

◇ 주행질감, 전기차·내연기관 그 사이 어디쯤… 폭발적인 펀치력은 전기차 색채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가 폴스타2에 처음 탑승하면 시동 버튼을 먼저 찾을 것 같은데, 폴스타2에는 시동을 거는 스타트 버튼이 없다. 차키를 소지하고 운전석에 앉으면 시동이 자동으로 걸린다. 폴스타2를 움직이려면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레버를 후진(R) 또는 드라이브(D) 모드로 조작하면 된다.

또 기어를 주차(P)로 조작하고 운전석에서 내리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진다. 전기차의 매력을 담은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폴스타2를 타고 공도 주행에 나서면 전기차만의 정숙성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전기차 같은 느낌이 적다’는 느낌도 든다. 도심에서 80㎞/h 이하의 속도로 일반적인 주행을 할 때는 내연기관 차량의 주행 질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전기차처럼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이 걸리면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기능도 탑재돼 있다. 회생제동은 1∼3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데, 표준 단계인 2단계로 설정하고 주행을 하더라도 전기차 특유의 강한 회생제동은 걸리지는 않는다. 덕분에 회생제동 시 꿀렁임이나 울컥거림 같은 불쾌한 주행느낌은 전혀 없다. 원 페달 드라이빙 기능을 끄면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처럼 타력주행도 가능하다. 내연기관 같은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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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차량의 기능 조작 및 실내외 조명 등을 조절할 수 있다. / 서초=제갈민 기자

선행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차만의 폭발적인 펀치력을 느낄 수 있다. 별도의 드라이빙 모드 변경은 존재하지 않지만, 싱글모터 모델임에도 전기차 특유의 순간 토크로 시원한 가속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 제원 상 최대 출력은 231마력(170kW)과 최대 토크 330Nm(뉴런미터)의 성능을 발휘한다.

싱글모터 모델은 기본 가격이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국고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00% 수령 대상에 포함돼 가성비 측면에서 합리적인 전기차로 손꼽힌다.

여기에 SKT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협업해 개발한 티맵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를 탑재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이를 통해 볼보 차량과 동일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시스템 ‘아리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주행 간 시트열선 및 통풍 기능이나 공조기 등을 조작할 때 스크린을 조작하는 번거로움과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음성만으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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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2 시승 전 계기판 트립을 초기화하고 시승 간 전비를 체크한 결과 20.3㎾h/100㎞(=4.9㎞/㎾h)의 효율을 기록했다. 상단 사진을 보면 배터리 레벨 70% 표시 아래에 작은 글씨로 ‘배터리 온도가 낮아서 레인지와 가속 제한됨’이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 서초=제갈민 기자

하남에서 서울 잠원동으로 복귀하는 구간에서 측정한 평균 전비는 4.9㎞/㎾h 수준으로, 인증 받은 공인 전비(복합 4.8㎞/㎾h, 도심 5.1㎞/㎾h)와 비슷하다.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은 배터리 완전 충전 시 417㎞ 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국내 인증을 받았는데, 4.9㎞/㎾h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82㎞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공인 전비와 실 전비가 약 8%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 정도의 차이는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도 운전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연료효율 차이가 나타나는 수준이라 감안할 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폴스타2에서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외부 온도가 낮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폴스타 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기온이 낮아 배터리 온도가 떨어지면 폴스타2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가동해 출력과 배터리 사용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인 만큼 수긍을 해야 할 것 같다.

한편, 폴스타2의 차키는 볼보 차량의 키와 형태가 거의 흡사한데, 소재는 플라스틱 같아 자동차 키보다는 장난감에 가까운 질감이라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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