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자로 제작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자로 제작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살리기’ 행보에 가속이 붙은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맹비난해왔다. 탄소중립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현실적 실행방향’은 원전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원전 산업 활성화가 이같은 추세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 문재인 정부 ‘탈원전’ 폐기 선언

윤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원전 산업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원전 협력업체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며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 산업이 지금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아주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발언이다.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 △공급확대 위주에서 수요 정책 강화 △에너지시장기능 정상화를 에너지정책 5대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 새정부 국정과제에서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식화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속 재개 등 원전을 적극 활용해 원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건설이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자로 주단소재, 신호기 6호기 원자로 헤드 등의 설비가 있는 단조 공장을 둘러봤다. 

공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이런 시설을 탈원전을 추진한 관계자들이 이걸 다 보고 이 지역 산업 생태계와 현장을 둘러봤다면 과연 이런 의사결정을 했을지 의문”이라며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전 산업이 어려움에 직면해 아주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 원전 수출 시장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원전은 폐기하고 원전산업을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방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신속하게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전 생태계 거점인 창원의 산업 현장, 공장이 활기를 찾고 여러분이 그야말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원전산업 부활, 세계적 추세 ‘역행?’

이날 행사는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원전 중소업체인 진영 TBX를 방문해 “원전산업을 직접 챙길 것이며 다시 방문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열렸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취임 후 처음으로 원전산업 현장을 방문, 일감 창출과 금융지원 및 시장 확대 방안 등을 제시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완전 폐기’를 선언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원전산업 현장 방문은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하 및 원전 수출을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방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선언과 더불어 원전 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세계 에너지 산업의 동향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참여 기업들은 협력사에게도 이를 지키라고 요구한다. 한국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수출액이 31%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도 있다. RE100이 무역 장벽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RE100에 들어가는 재생에너지에는 원전은 포함돼 있지 않다.

EU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한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이 붕괴되자 원전 관련 산업이 포함됐다. 하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이 확보되지 않고, 2025년부터는 기존의 핵연료는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한국은 폐기물을 보관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새정부 국정과제에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담조직 신설 추진 방침’만 담겨 있다. 사실상 방사성 폐기물과 관련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산업에 힘 싣기에는 들어갔으나 세계적인 추세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의 이같은 지적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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