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공개 비판’을 받은 나경원 전 의원이 공식 일정을 갖지 않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 전 의원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가운데 일부 언론 보도에선 나 전 의원이 대통령에 ‘사과’를 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 전 의원 측은 ‘오보’라며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하루에 한두 번씩 모여서 논의하고 있다”며 “당에서 벌떼처럼 나 전 대표를 공격하니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되나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전 대표는 정치 역정을 돌아보는 설 연휴 기간에 그런 시간을 갖겠다고 했는데 여전히 전의에 불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 본심’ 발언으로 대통령실은 물론 당내 거센 비판에 직면한 나 전 의원은 공식 일정을 중단한 뒤 ‘숙고모드’에 돌입했다. 그는 전날 오후 7시 10분경 퇴근길 자택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을 만나 “며칠간 지난 정치 여정에 관해 생각해보고 뒤돌아보고 있다”며 “생각을 곧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외부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다만 박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숙고’가 불출마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실의 반응이라든가 측근 인사들의 저격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면서 “침잠모드로 있는 것은 대통령께서 경제 국익 외교로 분주하신 데에 누가 안 되기 위해 얘기만 하면 공격을 하니까 조용히 있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나 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개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나 전 의원의 ‘본심’ 발언이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결정’을 폄훼한 모양새로 비치면서 곳곳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란 것이다. 그러나 나 전 의원 측은 전날 기자단 알림을 통해 “나 전 의원의 페이스북 사과 표명은 오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그런 논의가 있었다”며 “논의는 있었는데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오보라는 입장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대통령께서 나가 계시는 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문이 나왔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이 부분을 털고 가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 전 의원은 “사과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정중한 사과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본인의 정치적 입지라든가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기 때문에 저도 쉽게 말씀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 전 의원께서 더 생각을 하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본인의 어떤 고독하고 신중한 결단에 의해 이뤄질 문제”라고 단언했다. 

박 전 의원에 따르면 ‘사과’ 여부와 별개로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앞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후를 출마 선언의 시점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역시도 “설 연휴를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시면 그 이후”라고 시점을 추정했다. 출마 장소의 경우 ‘보수의 상징적 장소’라는 게 박 전 의원의 설명이다. 나 전 의원이 앞서 국립서울현충원 전직 대통령 묘역을 방문 후 자신을 “보수의 원류”라고 언급한 만큼, 보수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