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좀체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AI(인공지능)로 피해를 막는 방안이 추진돼 주목을 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통화 내용을 학습한 AI가 스마트폰 내에서 스스로 보이스피싱을 탐지·차단하는 것으로. 범정부 차원의 협력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데이터 제공을 요청하는 통신업계와도 협력에 나섰다. 여기에 스팸 문자 전송 사업자를 제재하는 방안도 나오면서 관련 피해가 줄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조사·통신사와 온디바이스 협업”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감독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AI·데이터 기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관련 부처들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민간이 AI를 개발할 때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규제를 개선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먼저 민간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금감원은 수집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통화 음성데이터를 국과수에 과학수사 지원 목적으로 제공하고, 국과수는 해당 데이터를 비식별화 처리한 후 민간에 제공한다.
과기정통부, 금융위, 개인정보위는 민간이 보이스피싱 예방 AI 기술을 적극 개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정부는 ‘사전적정성 검토제’를 활용해 개인정보 법령 준수 방안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하고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면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 신종 보이스피싱 조기 탐지 기술개발(R&D) 사업’을 기획 및 추진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내년도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데이터에 대한 비식별화, 온디바이스(AI 탑재 단말) 관련해 제조사 및 통신사와 협업하는 내용, 빅데이터 등에 대해 협업하는 내용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며,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관련 규제개선 사항을 발굴할 예정이다.
◇ SKT, 소형언어모델 개발 중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 탑재 출시”
민간에서는 통신사 SKT만 이번 부처 간 협력에 참여했다. 정부는 그동안 SKT가 금감원과 국과수가 보유한 보이스피싱 통화데이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국과수는 약 2만1,000건의 통화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했다. 피해자의 이름, 계좌번호 등 민감 정보는 개인정보위와 KISA의 자문을 거쳐 비식별 처리됐다. 해당 데이터는 6월 중 SKT에 제공될 예정이다.
개인정보위는 SKT 이외에도 통신사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보이스피싱 예방 AI 서비스 개발 관련 검토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마다 준비하는 속도가 다르다”며 “협의가 된 사업자부터 먼저 공개됐다”고 밝혔다.
SKT는 제공받은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활용해 소형언어모델(sLM)을 개발할 계획이다. SKT는 단말기에 AI를 탑재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기술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로 했다. 온디바이스 기술은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단말기 내에서 보이스피싱을 분석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되는 게 특징이다.
SKT가 개발하고 있는 AI는 실시간으로 통화 문맥을 분석해 △수사기관 사칭 △개인정보 요구 행위 등을 인지하고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림을 주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소개됐다.
SKT 관계자는 “소형언어모델을 사용자 단말에 탑재한 형태로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단말기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제조사와 협의해 사전 탑재돼 출시하는 부분까지 열어두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방통위, ‘전송자격인증’으로 스팸 문자 사업자 거른다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스팸 문자 근절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방통위는 ‘대량문자전송사업자 전송자격인증제’를 시행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대량 문자전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자재판매사업자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문자중계사업자(KT, LGU+, SKB, CJ올리브네트웍스, 다우기술, 인포뱅크, 스탠다드네트웍스, 슈어엠, 젬텍)로부터 전송자격인증을 받아야 광고성 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 기존 문자재판매사업자도 제도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전송자격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자재판매사업자는 불법스팸을 전송한 것이 확인되면 문자발송이 정지된다.
스팸문자와 보이스피싱은 통신사를 거치기 때문에 통신사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신고된 전화번호를 정지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AI 기술로 미리 차단하는 기능이 요구된다.
KT는 3년간의 스팸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AI 스팸 수신차단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용자는 차단하고 싶은 문구를 등록할 수 있다. KT는 서울경찰청과 협력해 보이스피싱·스미싱 의심회선에 대한 이용정지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찰청과 협력해 △해외발송 스팸문자 차단 △보이스피싱 미끼문자 이용번호정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경찰청에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경찰청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시나리오, 범죄자의 발언 등 실제 신고 데이터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 체계를 갖춘 민간 기업 등이 민생범죄 예방을 위한 기술개발을 위해 보이스피싱 통화데이터가 필요하면 적극 개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