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높아질수록 상승 기대↑ 가격↑행태 보여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 강화(상승) 정책이 집값 하락에 제한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 국토연구원(이하 국토연)이 발표한 ‘주택가격 상승기 시장참여자 행태와 시사점’ 브리프에 따르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 정책은 일부 매도(공급) 의향을 증가시키고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기여했으나, ‘시장참여자’(거래자)들은 대응 수단을 찾고 규제를 회피해 결과적으로 집값이 더 오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 “높아진 세금 부담은 매도가 아닌 회피로 이어져”
한국의 부동산 시장 조세정책은 시장참여자가 직면하는 비용 부담의 변화를 통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도록 시행돼 왔다. 그 중심엔 △양도소득세(양도세) △취득세 △보유세 등이 있으며, 이 세금들 관련 정책들이 주로 시행됐다.
다만 부동산 관련 세금들의 강화는 결과적으로 매도(공급)의 상승이 아닌 ‘회피’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국토연의 분석이다.
국토연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정책은 취득세 강화와 함께 시행되면서 주택가격 상승기 후반 수요자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보유 부담을 가중시켜 기존 보유자들의 매도 의향을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증여 △저가주택 투자 확대 등 여러 대응 형태를 취해 종부세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를 회피하거나 완화했다.
실제 다주택자 종부세 및 양도세가 강화되고 난 이후인 2020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증여거래 비중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 1월~2020년 6월 비중 4.6%의 약 50% 증가한 6.9%를 기록했다.
저가 아파트 거래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20년 7월 양도세 및 종부세 강화 정책이 추가로 발표된 이후 비수도권 저가 주택 거래 비중은 빠르게 증가해, 지난 2022년 1분기 60.1%를 기록했다. 정부의 종부세 강화 정책 발표 이전인 2018년 3분기 비중 31.5%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양도소득세 강화 정책은 이론적으로 매도 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세금이라는 비용으로 추징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비용을 높이고 기대수익을 낮춰 주택시장의 매수 수요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시장참여자들은 △가구분리(위장이혼, 자녀 조기 세대분리) △합가보류(사실혼 후 혼인 미신고) △증여 △매물회수 및 매도회피 △개인투자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응수했다.
특히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양도세 감면 혜택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주택가격 상승기 양도세 및 종부세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으며, 실제 민간임대사업자수는 지난 2016년 20만3,000명에서 지난 2021년 35만1,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국토연은 밝혔다.
◇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더 오를 것이라 기대해
이 같은 행태가 나타난 까닭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해 집을 팔기보단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은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상승기 후반엔 시장참여자의 가격 상승기대가 높아지면서 매도(공급)자 측면에서 매물이 감소하는 반면, 매수 측면은 수요가 지속돼 ‘주택가격 상승 순환고리’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전성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주택가격 상승은 시장참여자의 상승기대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반대 상황인, 주택가격이 한번 하락하면 계속해서 하락하는 효과 또한 나타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 연구위원은 “행동경제학에선 ‘손실회피경향’이 있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소유자들이 매도를 멈출 것이다”며 “가격이 내려가도 매도를 하지 않으면 손실이 벌어지지 않고 나중에 오르면 회복되는 것이기에, 매수가 없어도 매도도 없을 것이라 호가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토연은 상승기를 기준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수요가 높은 것으로 인식되는 주요 지역의 대표 아파트 단지들의 실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매도매수행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투자수요가 높아 주택가격 상승기에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을 기록한 송파(잠실), 광명, 평촌, 인덕원, 동탄, 송도, 세종 지역 내 대표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상승기 초반에는 가격과 거래량이 모두 증가하나 후반에는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거래량은 급감했다고 전했다.
주택가격 상승기 후반에는 사례지역 내 대표 아파트 단지들의 수요는 지속되는 반면, 공급(매도)은 감소하면서 주택가격은 더 높아지고 거래는 줄어드는 ‘주택가격 상승 순환효과’가 형성됐다고 언급했다.
국토연 측은 “예를 들어 송파구 잠실의 주요 단지들은 주택가격 상승기 초반 1,335만원에서 후반 3,195만원까지 ㎡(제곱미터)당 평균 거래가격이 상승했고, 초반의 월별 거래량은 최대 650건을 기록한 반면 후반의 월별 거래량은 최소 4건까지 하락했다”며 “동탄, 송도 등 다른 지역들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전성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주택시장참여자들 사이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높으므로, 이러한 심리적 배경과 그에 기반한 예상 대응 행태를 고려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매물(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므로, 양도세 강화 등 부동산시장 관련 정책 수립 시 매물 감소 등 공급(매도) 측면의 영향 여부를 엄밀히 사전적으로 점검해야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