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본·고보증… “우리나라 부동산PF 구조 기형적”
한국 부동산PF 사업장 자기자본비율 겨우 3% 남짓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동산PF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겨우 3%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아파트 전경./ 뉴시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부동산PF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겨우 3%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아파트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부동산PF는 지난 십수년간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위기를 초래했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주체가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건설사 등 제3자의 보증에 의존해 부채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은 선진국 중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지난 20일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를 발표하며 주장한 내용이다. 

실제로 KDI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3년간 추진된 총액 100조원 규모의 PF사업장 300여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별 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평균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3.2%)만 투입하고 나머지 대부분인 3,631억원(96.8%)은 빌린 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100조원 미만이었던 PF익스포저(대출+보증)는 4년만에 16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고,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 대출 등 유사 PF대출을 포함하면 230조원에 달해 부동산PF 문제는 우리 경제에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담겼다. 

약 3%밖에 되지 않는 자기자본 투입… 해외는?

먼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란 일반적인 대출과는 다르게 금융기관이 건설사의 ‘프로젝트 사업성’을 고려해 대출을 집행하는 것이다. 즉 현재 당장 확신할 수 있는 담보물은 없으나 미래에 지어질 ‘부동산’과 '사업성'을 바라보고 대출금을 내주는 것이다. 

이때 금융기관은 건설사의 시공 능력과 대출 상환 능력을 보게 된다. 시공을 완료하지 못 하거나, 완료해도 분양이 안 되면 대출금 상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KDI 측은 이때 투입되는 자본 비중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너무 적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미국에선 금융회사가 PF대출을 취급할 땐 자기자본이 총사업비의 최소 3분의 1인 33% 이상이 될 것을 요구로 한다. 사업성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이 조금 더 낮아도 대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20% 이하인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일본, 네덜란드, 호주에서도 자기자본 비율은 30%~4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미국이나 일본, 네덜란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기자본을 통해 토지를 미리 확보한 후 공사비만 PF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데 비해 한국은 토지비 대부분과 공사비 및 기타 비용 전체를 PF대출을 통해 충당한다고 KDI는 전했다. 

“저자본·고보증, 한탕주의와 영세 시행사 난립 발생시켜”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는 ‘한탕’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으며, 수많은 영세 시행사가 난립할 수 있다는 게 KDI 측의 설명이다. 

KDI 측은 예시를 들며 “시행사는 총사업비 4,000억원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기자본 100억원만 투입하고 개발 완료시 최대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는 행태가 나타난다”며 “투입 자본은 적고 수익성은 이처럼 높아 소위 한탕을 노리는 수많은 영세 시행사가 난립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2020년을 기준으로 등록된 시행사는 무려 6만개 이상이며, 이는 자본력을 갖추고 부동산 개발 경험을 장기간 축적할 신뢰할 수 있는 대형 시행사가 출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KDI는 밝혔다. 

이처럼 한국이 해외와 비교했을 때 기형적인 부동산PF 구조를 갖게 된 이유를 KDI 측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로 꼽았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900% 수준이었던 건설사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하면서 건설사가 개발사업을 직접 시행해 자기 이름으로 대규모 부채를 부담할 수 없어진 것이 PF 도입의 주요 원인이라고 KDI 측은 설명했다. 

당시 시행사는 매우 영세하고 지분투자자도 없었던 반면 건설사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시행사가 대출받고 건설사가 보증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PF가 출발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분양 관련 제도가 저자본·고보증 구조를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은 아파트 등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때 수분양자가 납입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공사비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며, 공사비는 수분양자 자금으로 충당하고 토지비만 조달하면 되므로, 총사업비 중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아야 하는 금액이 크게 줄기 때문에 자본을 적게 투입해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구조라고 KDI 측은 설명했다.

자기자본 늘리기 위한 개입과 규제 필요… 리츠 방식 도입할 수 있어

KDI에 따르면 부동산PF 문제의 경우 원인이 명확해 개선 방안도 명확하다. 자기자본비율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제3자 보증을 폐기하는 것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기존의 자본 투입이 적어도 사업추진이 가능했던 구조를 깨야 한다고 전했다. 

황 연구위원은 “시행사가 PF대출을 받을 때 일정 수준의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는 ‘직접규제’를 도입할 수 있고,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대출을 공급할 때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간접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며 “ 미국의 경우 사업 주체가 총사업가치(총사업비+개발이익)대비 최소 15%의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해당사업에 대한 대출을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분류하고 은행이 일반 기업 대출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1.5배 더 쌓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개선 방법으로 간접부동산투자회사 방식인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를 꼽았다. 출자 제한 규제가 없고, 자본력이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리츠는 주식의 30% 이상을 일반의 청약에 제공해야 하는 법적 공모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리츠는 이미 리츠법에 따라 최소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자기자본비율이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토지를 리츠에 현물출자하면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과세를 이연해 주는 업리츠(UpReits) 제도 등을 도입해 리츠를 활성화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 연구위원은 부동산PF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황 연구위원은 “부동산PF는 사업장별 재무자료와 사업성에 관한 자료가 매우 부족하며, △국토교통부 △금융당국 △신용평가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부동산신탁사 등 어느 곳도 모든 사업장에 대한 체계적인 재무 및 사업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