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운을 띄운 연금개혁안이 본격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 전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여야 간 합의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고 본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세대 간 차등 보험률 적용’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여야 간 연금개혁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30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제시한 연금개혁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세대 간 차등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전날(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예상한 바에 따르면, 월수입의 9%를 보험료로 내는 현 상황을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점은 2055년이다. 재정 고갈을 막거나 적어도 지연하기 위해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500명의 시민대표단 중 56%가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방안을 선택한 바 있다.
보험료율 인상에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늘어난 보험료를 장기간 납부해야 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선 당장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출생·고령화 인구구조에서 더 많이 내고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청년층의 보험료율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까닭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러한 연금개혁안을 비판했다. ‘세대 갈라치기’를 통해 오히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연금은 현재 일하는 세대가 나이 드신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되는 제도”라며 “공동체 의식으로 연대해서 이 문제를 풀자고 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연금개혁 문제에서까지 청년과 장년을 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연금개혁 두고 여야 ‘동상이몽’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자동 안정장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자동 안정장치는 출산율·고령화 등 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고려해 보험료율 등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 구축이다. 연금개혁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둘러싼 여러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이 장치가 ‘연금 삭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른 나라에서 이 장치가 도입된 배경을 보면 보험료율이 20%가까이 돼 더 이상 보험료율을 올리기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다”며 “재정 안정화 장치의 핵심은 결국 연금 수급자들의 연금을 깎는 것”이라고 했다. 진 의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국민연금액의 삭감이 예상되는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아 논의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야당의 반발 기류에 향후 국회의 연금개혁 논의가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궁극적으로 여야가 연금개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권은 지속 가능한 연금을 만들기 위한 ‘재정 안정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야당은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보니 접근하는 방식부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민주당은 노후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 의장은 앞선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어제 제시한 연금개혁 방향은 모수개혁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구조개혁안이 어떤 내용이고 어떤 형태냐에 따라서 논의할 수 있는 구조와 논의에 참여가 필요한 사람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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