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정에 관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협치’는 지난 2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22대 국회 개원을 기념하며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외친 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헛구호가 된 모습이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상대 정당을 향한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국회 상임위회의와 여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막말이 나왔다. 이러한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에 정치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고성‧막말의 장으로 전락한 ‘교섭단체대표연설’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연설이 진행됐다. 본회의장은 여당 의원들의 박수와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갈라졌다. 

추 원내대표의 연설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으로 점철됐다. 그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입법‧사법 농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게 과연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여야의 극한 대립의 원인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툭하면 대통령 탄핵 운운하면서 극한 대결에 몰두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용”이라고 했다.

이처럼 추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박수가, 민주당 의원석에선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여야의 공방이 계속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과 방청객이 지켜보고 있다. 견해가 달라도 경청해 달라”며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본회의장의 고성은 끝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무차별 현금 살포”라고 언급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현금이 아니야’, ‘용산 이전비 얼마나 썼나’, ‘세수 펑크나 내지 말라’ 등의 항의가 나왔다.  

이어 추 원내대표가 “야당은 시대에 뒤떨어진 ‘반일’ 프레임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한 대목에선 민주당의 한 의원은 ‘친일 정부‧친일 정당’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조용히 하라’는 고성도 터져 나왔다.

이러한 고성‧막말의 상황은 전날 진행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도 나왔다. 여기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판을,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박 원내대표가 “방송장악을 추진했던 것이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라며 비판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돈 남 말하고 있네’, ‘방송 테러는 누가 하나’라고 비난했다.

◇ ‘레닌‧또라이’에 ‘아닥‧빌런‧꼬붕’까지… 막말 난무하는 국회 

이러한 막말은 본회의장 밖에서도 나왔다. 인사청문회장과 국회 상임위회의장,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나온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빌런‧꼬붕(부하)’ 등의 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전날(4일) 민주당이 발의한 3번째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상정돼 법안소위로 회부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꼼수 상정’이라며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 소속)을 향해 ‘빌런'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매우 불쾌하다. 그런 악당 위원장과 같은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여러분들은 뭔가. 악당의 꼬붕들인가”라고 받아쳤다. 이러한 비난전이 계속되면서 법사위의 심우정 검찰총장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는 연일 파행됐다.

지난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에도 막말이 나온 바 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의 평화혁명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1917년 레닌 볼셰비키(혁명이) 연상된다”며 “레닌이 주장한 군주제혁명·토지혁명·빵 혁명·평화혁명은 이 대표의 정치·경제·복지·평화 혁명과 유사한 궤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강 의원을 향해 “또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닥(입 다물라는 뜻의 비속어)’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계엄령 준비설과 관련해 공개 토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제가 즉시 토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묵묵부답하거나 앞에서 말씀드린 여러 내용으로 사실상 거부할 경우에는 그동안에 나라를 어지럽힌 죄를 스스로 반성하시고 아닥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러한 여야 의원들의 막말을 두고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상대 정당을 국회 운영 파트너가 아니라 쓰러뜨려야 할 적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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