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여야가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한 지 90여 일 만에 모처럼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였다. 22대 국회 시작 후 ‘강 대 강 대치’만을 이어오던 여야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전세사기 특별법’ 등 28개의 민생법안을 ‘합의 처리’한 것이다.
또한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6개 법안의 재표결은 실시하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민생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상황에서 재표결을 통해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여야, 40분 만에 28개 민생법안 처리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 28개를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28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이면 충분했다. 이날 처음으로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은 ‘구하라법’이었다. 이는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이름을 빌려 만든 법안으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과 간호법(간호법 제정안)도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PA(진료 지원) 간호사의 역할을 명문화하기 위해 마련된 간호법의 경우 여야가 전날(27일)까지 ‘업무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지만, 업무 범위를 임상 경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는 정부안에 합의하는 등 쟁점이 해소되면서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이외에도 상습적·고의적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한 ‘산업 집적 활성화법 개정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5개 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이날 본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재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본회의 전 회동을 갖고 내달 26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실시하기로 합의하면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이후 여러 갈등 양상들이 많았다”며 “(이날 본회의는) 민생법안 등이 포함된 28개 법안에 대한 합의 처리를 국민들한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여야가 ‘협치 분위기’를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음 주 시작되는 정기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거부권 행사 법안 재표결 등 뇌관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이 내달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26일까지 한동훈표 (채상병) 특검법을 기다렸으나 별다른 답이 없었다”며 “지금 상황으론 야당이 의견을 모아서 (9월 안에) 채해병 특검법을 수정한다거나 합의를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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