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여의도=정소현·이미정 기자 “피와 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 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대국민담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상계엄은 나라를 지키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을 투입한 것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투입한 게 폭동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탄핵의 날’ 14일.
윤 대통령의 물음에, 국민들은 정확하게 답했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영하의 칼바람도 시민들의 열망을 막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이 예정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은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른 아침부터 집회를 준비하기 위한 각 단체와 모임 주최 측의 행사 준비가 분주했다.
곳곳에 들어선 무료 간식차는 집회 참석자들을 위해 어묵과 커피 등을 나눴다. 핫팩과, ‘윤석열 탄핵’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배포하던 이들은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추운데 집회에 참석해줘서) 고맙다. 힘내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집회 현장은 축제 그 자체였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부터 로제의 ‘아파트’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에도 모두 어깨를 들썩이며 하나가 됐다. 염원이 같은 이들에겐 갈등도, 차별도, 편견도 존재하지 않았다.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5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발표하자 현장에선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국회는 1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총투표수 300표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마치 축구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 장면을 본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일부 시민은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국민이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고 고함쳤다. 그들이 터트린 어마어마한 함성에 여의도 일대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14일 여의도에 집결한 인파는 200만명으로 추산됐다. 직전 탄핵 집회가 열린 7일의 두 배 규모다. 그럼에도 집회는 물리적 충돌이나 사고 없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이날, “자신의 충정을 알아달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호소는 수백만 시민들의 함성에 묻혔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하나가 돼 달라”던 윤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에 국민들이 내놓은 답은 단호했다.
“민주주의가 이긴다! 국민의 승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