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탄핵안 발의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동의가 이뤄진 후 한 권한대행이 즉시 임명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내란·김건희 특검법(쌍특검법) 공포 ‘데드라인’을 24일로 삼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이를 거부하고 국무회의에 쌍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탄핵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정부를 붕괴시키겠다는 선언”이라며 반발했고, 정부도 유감을 표했다. 한 권한대행의 결정을 비판했던 우원식 국회의장도 탄핵 추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민주당, ‘한덕수 탄핵’ 당론 채택… 발의는 ‘보류’
한 권한대행은 이날 쌍특검법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특검법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타협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을 쌍특검법 공포 시한으로 제시했던 민주당은 즉각 한 권한대행 탄핵에 착수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의 말은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시키겠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민주당은 내란 대행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해 내란의 잔불을 진압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한 권한대행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이것은 결국 또 다른 헌정 질서 문란, 국헌 문란 행위로 독립적인 내란 행위”라며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의 경우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권한대행의 탄핵 추진에 대해 “내란 진압이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탄핵 추진으로 국정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분명히 하고, 의총에서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사유는 총 5가지로, 국무총리로서의 사유 3개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사유 2개다. 총리로서의 사유는 △이해충돌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점 △‘12·3 내란 사태’에 국무회의를 소집해 내란의 절차적 하자를 보충하고 적극 가담한 점 △내란 이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정권 이양에 나서려고 한 점 등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탄핵 사유는 △내란 상설특검 추천 의뢰 의무 방기로 내란 수사를 방해한 점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며 빠른 내란 종식 의무를 회피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발의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여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6일 본회의를 열어서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동의가 이뤄졌을 때 (한 권한대행이) 즉시 임명하는 절차까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인내심을 갖고 요구사항이 이행되는지 여부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오는 26일 발의하게 되면 27일 국회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 국민의힘, 민주당 '한덕수 탄핵 추진' 반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정부를 붕괴시키겠단 선언”이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탄핵을 하겠다는 협박”이라며 “조폭과 다름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야당은 한 대행을 권한대행이 아닌 국무총리로서 탄핵하겠다고 한다. 탄핵을 하는 이유는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수행인데, 탄핵의 공식 사유는 국무총리로서의 직무수행이라는 것”이라며 “이런 말장난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직격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권한대행을 이토록 압박하는 이유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대선을 실시하겠다는 목적”이라고 했다.
서지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부를 붕괴시키겠단 선언”이라며 “오로지 ‘방탄’과 ‘대선 야욕’을 위해 국정 안정과 대한민국 신인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이 대표의 속마음”이라고 쏘아붙였다.
정부도 유감을 표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신뢰를 잃게 되면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며 “그게 결국은 신인도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 권한대행의 결정을 비판했던 우 의장도 탄핵 추진에 대해선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의결 정족수’ 논란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총리’ 신분이라는 점을 들며 국회 재적의원 과반인 151명의 찬성만 있으면 된다고 보고 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의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우 의장은 “의결 정족수의 일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데, 어제(23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 등을 참고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우 의장이 언급한 입법조사처의 질의 답변은 ‘총리 직무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하면 탄핵안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면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관련기사
- 우원식, 한덕수 ‘특검법·헌법재판관 협상 요구’ 비판한 이유
- 한덕수, 특검법 상정 연기… “여야 머리 맞대야”
- 한덕수 탄핵 초읽기?… ‘의결 정족수’가 관건
- 민주당, ‘쌍특검법 공포’ 24일 데드라인… “한덕수, 공포 안 하면 즉시 조치”
- 권성동, 한덕수 탄핵 시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 필요
- 박찬대, 헌법재판관 ‘즉시 임명’ 촉구… “임명않는 것은 명백한 위헌”
- 국정협의체, 26일 출범 무산… ‘한덕수 공방’ 여파
-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여야 합의 강조
- 탄핵 자초한 한덕수의 이상한 논리
- [Q&A로 푼 정치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는?
- 김종혁, 한덕수 '무책임' 직격한 이유
- 이재명, ‘사태 수습’ 총력전 예고… “내란 완전 진압까지 역량 총결집”
- 국회, 8일 ‘쌍특검법’ 등 8개 법안 재표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