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출석했다.
박 처장은 이날 10시 서대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현재 정부 기관끼리 충돌하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의 걱정이 크실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다. 하지만 대통령경호처가 경호법 등을 이유로 체포를 막아서면서 약 6시간가량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하다고 판단, 발길을 돌렸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지난 3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박 처장을 입건했다. 아울러 지난 4일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 업무 관련 엄중한 시기인 만큼 경호처장을 비롯해 지휘관 등이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지난 7일까지 출석할 것을 재차 요구했으나 이 역시도 거부당했다.
세 차례 소환 요구 끝에 조사에 응한 박 처장은 “경찰 소환 조사에는 처음부터 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변호인단 준비가 다소 늦어져 오늘 응하게 됐다”며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를 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의 수사를 받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모든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고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했다.
다만 박 처장은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선 다소 부적절하다는 기류를 내비쳤다. 그는 “저는 현직 대통령의 신분에 걸맞은 수사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의 절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절차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한편 박 처장은 지난 5일 입장문에서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파적 이념은 대통령경호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지금 윤 대통령은 비록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상태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이 분명하고 법이 정한 대로 그에 상응한 경호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대통령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판단했다”며 “만약 이러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저는 어떠한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