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3일 트럼프발 관세전쟁 우려에 2% 넘게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코스피지수는 3일 트럼프발 관세전쟁 우려에 2% 넘게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관세전쟁에 신호탄을 쏜다. 세 나라는 즉각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통상 분쟁 우려가 현실화될 모양새다. 관세전쟁은 국내 경제에도 직격탄을 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우려로 국내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은 요동을 쳤다.

◇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증시 일제히 하락

3일 국내 양대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3.42포인트(2.52%) 내린 2,453.9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24.49포인트(3.36%) 하락한 703.80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대거 물량을 팔아 치우면서 증시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437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닥은 700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환율시장도 요동을 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3시30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47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국내 자본시장과 환율 시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공약 현실화 충격에 영향을 받아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산 물품에 25%(석유·천연가스 10%), 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 관세,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4년 만에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했다. 그는 대선 유세기간 전 세계 모든 수입 품목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불법 이민 방관, 무역 적자, 합성 마약 펜타닐 유통 등을 명분으로 이들 국가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특히 중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선 펜타닐 유통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 원료 대부분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멕시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산 물품에 25%(석유·천연가스 10%), 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 관세,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산 물품에 25%(석유·천연가스 10%), 멕시코의 모든 제품에 25% 관세, 중국 제품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약이 집권 초기부터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무역 분쟁 우려도 가시화되고 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세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에 반발하며 대응을 예고했다. 

◇ 글로벌 통상 분쟁 현실화… 국내 기업 ‘직격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한 캐나다 당국자는 2일(현지 시간) 익명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관세가 미국의 무역 약속을 위반했다고 명백히 간주한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복관세도 예고했다. 캐나다는 이날 도미닉 르블랑 재무장관 명의로 주류와 의류, 가전제품, 유제품 등 300억 캐나다달러(약 206억 미국달러) 상당의 보복관세 품목을 공개했다. 멕시코와 중국도 대응 방안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WTO 제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관세전쟁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관세정책으로 큰 부담을 직면하게 됐다. 

국내 기업들은 그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활용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해왔다. 이번 관세 정책으로 이 같은 혜택이 사라질 위협에 노출된 것이다. 이에 한국 대기업들은 생산 기지 이전 및 수출·투자 전략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미국이 대규모 관세 정책을 벌이는 것도 국내 경제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국내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은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되면서 크게 출렁였다.  어느 정도 예측된 사안이었음에도 충격파에서 벗어나는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향후 관세 부과 대상국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를 통해 “이번 결정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통상 관련 엄포·협박성 발언에서 적시했던 2월 타임라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근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루트닉이 4월 중 유럽연합(EU)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를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에 따르면, 독일, 일본, 한국 등 6대 수입국에 대한 관세·통상 압박이 2분기를 통해 전면화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2기 경제·통상 정책 기조 및 세부 골자가 구체화되기 전까진 국내증시의 추세적 반격 여지가 제한될 것”이라며 “상반기 중 코스피 2,600포인트선 전후 박스권 등락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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