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 뉴시스
도널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 AP·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트럼프 2기 정부가 드디어 닻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언한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국정기조로 앞세우면서 무역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글로벌 통상·경제 질서에 대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경제에도 큰 파급을 일으킬 전망이다. 

◇ ‘미국 우선주의 2.0’…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면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반영해 미국의 안보, 이민, 경제, 통상, 대외정책을 변화할 것을 선언했다. 

이 중 무역 상대국의 최대 관심사는 ‘에너지 정책’과 ‘관세정책’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플레이션 위기는 대규모 과잉 지출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석유 등에 대한 시추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며  “미국이 다시 한 번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린 뉴딜을 종식시키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린 뉴딜’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산업정책이다.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구매시 세액 공제 등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친환경 산업정책을 적극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을 폐기하고 화석연료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촉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핵심 공약인 보편적 관세 정책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모든 관세, 세금, 수입을 징수할 대외 세입청을 설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기간 전 세계 모든 수입 품목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아울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해 11월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선 그는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선 구체적인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 중 받은 취재진 질문에 “2월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정도의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 모든 수입 품목에 대한 보편관세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관세정책 및 에너지 정책 변화는 국내 수출 및 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임 대통령 서명 행사를 하고 있다. /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식을 마친 후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으로 자리를 옮겨 신임 대통령 서명 행사를 하고 있다. / AP·뉴시스

산업계로 보면 우선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이 상당한 부담을 마주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 선언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연계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폐기되지는 않더라도 친환경차 우대 정책 축소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정책 변화 가능성으로 국내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은 기민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 “관세전쟁 발생시 한국 수출 타격 불가피”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칩스법)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2년 8월 발효된 칩스법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모두 5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시설투자액의 25%를 세액 공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이러한 칩스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온 바 있다. 

여기에 보편적 관세 부과와 대중 제재 가능성도 국내 경제계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을 벌일 시, 양국과 교역 비중이 높은 한국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트럼프노믹스 2.0와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은 세계 평균 관세율 인상을 유발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한국의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하락, 고용 감소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한국 수출이 142.6~150.0억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불어, 미국 그리고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 간 관세 전쟁이 발생할 시에는 한국 수출의 174.1~191.0억 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5%p(퍼센트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 그리고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국가 간 관세 전쟁이 발생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은 0.6%p 감소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변 가능성에 대응해 민·관의 선제적이고 실효적인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노믹스 2.0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수출 경기의 회복력이 약화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수출 시장에 대한 접근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한국 경제가 수출 경기에 상당 부분 성장을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통상 환경의 악화에 따른 수출 경기 침체가 내수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제의 자체적 펀더멘틀의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라 민관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한국무역협회에서 ‘미 신행정부 출범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 및 행정명령 등을 통해 발표한 정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국의 통상정책에 따른 무역적자 조사, 무역협정 검토 등 통상조치와 전기차 우대조치 철폐 및 에너지 정책 변화 등 국내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조치별 대책을 중점 논의했다.

안 장관은 “정부는 미국 측의 조치 배경과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을 포함한 실무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했다”며 “우리에게 우려요인 뿐 아니라 기회요인도 있는 만큼 민관이 긴밀히 협의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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