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0%였고 국민의힘은 34%를 기록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직전 조사보다 지지율이 올랐고 국민의힘은 떨어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수층 결집으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이를 등에 업고 여론전에 힘을 싣던 국민의힘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 ‘묘수’ 없는 국민의힘,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
‘위기의 징후’는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중도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게 대표적 문제다. 앞선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중도층은 22%로 직전 조사 결과(32%)에서 10%p가 떨어졌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중도층(42%)과의 격차는 20%p로, 직전 조사 결과가 5%p 차이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이 대표가 꺼낸 ‘중도 보수론’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이) 중도 보수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의 ‘파격적 발언’에 민주당 내부서도 논란이 불거졌으나, 결과적으로 전략은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탄핵의 부당함을 부각하는 상황에서 여당에 ‘극우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에 반박하는 것 조차도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24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싸움을 하면 논쟁이 붙을 수 있다”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지금 하는 행동이나 메시지는 극우적 표현인데’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가정하고 정책 이슈를 선점하고 나선 것도 주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실용주의’ 노선을 외친 후 정책 행보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의 금기로 여겨졌던 상속세 및 근로소득세 개편 등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의견 개진에 나섰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부동산 세금은)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 “돈 벌어서 비싼 집 사겠다는 것 막을 수 없다”와 같이 그간 민주당의 기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발언들도 내놨다.
민주당이 광폭 행보를 보이는 동안 이슈 주도권을 내준 국민의힘은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한 듯하다. 애초에 탄핵 정국 속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데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쇄신’과 ‘변화’보다는 ‘결집’과 ‘결속’에 매진했던 것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두고 사실상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듯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선 조기 대선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기피하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이 대표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의 ‘중도 보수’ 발언을 직격하는 동시에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민노총) 지지 때문에 정책도 한쪽 선택을 못 하는 정당이 어떻게 중도 우파 정당이겠나”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정말 중도 보수를 하고 싶다면 시장을 왜곡하는 악법부터 폐기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주장이 이번에도 사칭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실천으로 이어질지 국민이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