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하겠다’며 대통령 탄핵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석방에 이어 감사원장, 검사 3인 탄핵에서 전원일치 기각이 나온 이후 “헌재 결정에 자신감이 있다”는 등 탄핵 기각‧각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에는 “용산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이 지지율을 견인하며 ‘탄핵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지지층의 ‘심기 경호’를 위한 선 긋기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 국민의힘, 기각‧각하 자신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공식 입장은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도 지난번 최종변론 때 아마 그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이 열린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직접 출석해 67분 동안 1만 5,000자 분량에 달하는 최후 진술을 내놓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을 강조하며 직무 복귀를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선 탄핵 심판 결론에 대한 승복이나 대국민 통합 메시지가 없었다는 질타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어떤 결정에도 따른다는 뜻과 승복(의사)을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강력한 통합, 화해의 메시지를 기대했으나 없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승복 의사를 밝혔다’고 봤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에서 헌재 결정 승복과 국론 통합 의사가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이미 변호인을 통해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낸 것으로 봤다”며 “구체적으로 통합이란 단어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여권 내 ‘탄핵 기각’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내가 구체적으로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우리 당의 대통령으로서 그렇게(기각)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당 지도부도 ‘기각’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김대식 원내 수석대변인은 17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권 원내대표가 헌재 판결 ‘승복’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권 원내대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우리는 헌재 결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기각이나 각하 둘 중에 하나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오로지 결정은 헌재의 시간 아니겠냐”면서도 “(기각이나 각하가) 우리의 희망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절차적인 문제를 들며 탄핵 인용이 안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한 달 전과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고 보냐’는 질문에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절차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냐”며 “이것이 과연 탄핵에까지 이를 수 있냐고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진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성급해졌다. (헌재 판결에 대해) 굉장한 불안감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권 원내대표가 이런 승복의 메시지를 던졌지 않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각을 기대하는 분들도 제법 많이 계신 것 같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도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었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고 판결했는데 그런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의 탄핵 폭주가 기각되면서 잘못된 비상계엄이긴 하지만 파면까지는 안 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다만 “냉정하게 봤을 때 탄핵 인용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며 “계엄에 대한 해명이 확실치 않은 부분들이 많아 불리한 것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공동으로 승복 메시지를 제안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명확한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에는 말을 아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뿐 아니라 대통령 본인도 탄핵 승복 메시지를 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그건 용산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여의도 출장소 소리를 듣던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요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가능성도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의힘이 노선 변경을 할 수 있는 계기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고 조기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그때는 좀 입장을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면서도 표는 얻어야 해서 탄핵 결정에 대해 완전히 부정도 못 하는 애매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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