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거론하며 탄핵 ‘기각 또는 각하’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최종변론에서 제시한 ‘임기 단축 개헌’을 강조하며 대통령의 조기 퇴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윤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대표가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 있다. 당내에선 이미 한차례 실패한 ‘조기 퇴진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막판 여론 결집용이란 분석이다.
◇ 국민의힘, 윤석열 탄핵 반대 ‘투 트랙’
14일 국민의힘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헌재가 전원일치로 기각하자 이를 고리로 민주당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방탄 탄핵’이었다며 이 대표가 정치적 탄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9건 연속 탄핵 중 헌재가 선고한 8건의 탄핵소추는 전부 기각됐다”며 “직무 정지를 목적으로 남발된 29번의 탄핵소추는 모두 국정파괴, 보복 탄핵이자 이재명 방탄 졸속탄핵이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범법 세력들이야말로 이제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탄핵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헌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헌재 앞 의원들의 릴레이 시위와 헌재를 향한 탄원서 제출을 ‘개별 의원들의 판단’이라며 당과 거리를 뒀다. 탄핵심판 선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차원에서 헌재를 자극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장외 여론전은 개별 의원들이 진행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주도하는 헌재 앞 24시간 릴레이 시위에는 국민의힘 62명의 의원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때까지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나경원 의원이 주도해 헌재에 지난 12일 제출한 윤 대통령 탄핵 각하 탄원서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2명이 이름을 올렸다.
◇ 국민의힘, 윤석열 ‘질서 있는 퇴진’ 주장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조치가 ‘과도한 조치’라고 인정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위한 탄핵 반대에 나섰다. 그간 탄핵 정국에 돌입한 이후 조기 대선 기류가 뚜렷했지만 윤 대통령이 법원의 결정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면서 ‘기각과 각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특위 위원장은 지난 12일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에서 “탄핵으로 인한 대혼란보다는 기각이나 각하로 마무리하고 여기서 얻은 정치적 자산을 통해서 대통령께서 정치개혁을 하고 ‘질서 있는 퇴진’, ‘질서 있는 임기 마무리’라고 대통령이 말씀하신 그 방법이 훨씬 더 건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탄핵을 기각시킨다고 해서 계엄을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하냐 안 하냐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이라도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은 75% 이상 동의한다”며 “인용되는 것보다 기각되는 게 낫지 않냐는 심정이다. 다만 기각이 돼도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 의원의 탄원서에) 합의해 준 이유는 만약 각하가 돼서 본인이 말한 것처럼 헌법 개정하고 6개월에 마무리를 하겠다는 점을 실천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소추안 가결 전 꺼냈던 ‘질서있는 퇴진’을 현재 국면에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는 것은 여권이 강성 지지층에 편승하는 전략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인용보다 기각이 되지 않을까 (의원들이) 자꾸 희망회로를 엄청 돌리신다”며 “이번주에 기각도 아니고 각하 얘기가 나오는데 (국민의힘) 한남초 텔레방에서 그런 얘기가 좀 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각 또는 각하 후 ‘질서 있는 퇴진’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에 대해 “그걸(질서 있는 퇴진) 맨 처음 규정한 것이 한 전 대표였다. 윤 대통령과 면담을 했는데 ‘퇴진하지 않겠다’고 밝혀서 한 전 대표도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라며 “이제 와서 그 얘기를 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도 여론을 의식 안 할 수 없다”며 “지지세력을 향해 이렇게 강조하면 세 결집이 되니 그런 차원에서 가열차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김종혁 "대통령실 ‘자진 하야’ 없어 탄핵 불가피"
- 국민의힘, ‘탄핵’ 아닌 ‘꼼수’로 위기 탈출 노리나
- 국민의힘, 탄핵정국에 '기득권 싸움'에만 몰두
- ‘2선 후퇴’에도 권한 쥔 대통령… ‘질서 있는 퇴진’ 실효성 의문
- [Q&A로 푼 정치㊱] ‘질서 있는 퇴진’, 실효성 있을까
- ‘승복’ 하자면서 상대 ‘진정성’ 의심하는 여야
- 권영세, 탄핵 주도 정당 ‘민형사상 책임’ 검토
- ‘윤석열 탄핵 기각’ 희망회로 돌리는 국민의힘
- 계엄 전 ‘챗GPT’에 ‘계엄’ 검색… 이광우 측 “복원 오류”
- 강승규, 尹 비상계엄 “계몽령 떠나 국헌 심각하게 위협했느냐”
- 국민의힘, 비상계엄 ‘계몽령’ 방점 찍고 尹 탄핵 ‘기각‧각하’ 골몰
- 여야 운명 가를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