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는 19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간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최 후보자에 대한 ‘탄핵 카드’를 유보해뒀던 민주당이 ‘탄핵 시계’를 다시 작동시키는 모양새인 가운데, 여권이 거세게 반발하며 최 대행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가 앞장서서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모순적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며 “헌정질서를 유린한 책임을 더이상 묵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내일까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라”고 못 박았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최 대행이 마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보류한 것을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민주당은 “최 대행 체제에 대한 경종”이라며 즉각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을 미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게 흐른 시간만 헌재 결정 이후로 19일째라는 점이다.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3주 가까운 기간을 고심하고 있다는 데 야당은 불만이 가득하다. 그 사이 최 대행이 보여준 ‘행보’도 민주당의 감정을 자극했다. 최 대행은 지난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날은 ‘방통위법 개정안’의 국회 재의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두 법안 모두 야권이 추진한 것으로, 최 대행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거부권 행사 이유로 밝혔다.
◇ 마은혁 미임명에 거부권까지… 민주당, 불만 고조
‘위헌성’을 문제 삼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작 헌재의 ‘위헌 결정’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자신은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을 거부한다는 해괴한 말을 늘어놓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직격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의 거부권 남용 못지않은 헌정사의 오점”이라고도 비판했다.
이렇다 보니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탄핵 분위기 조성을 자제했던 민주당의 기류가 달라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정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논란 등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가만히 봤더니 경제는 계속 엉망인데 오히려 미국에 의해 민감국가로 지정돼 있더라”고 했다.
당내에서 심심찮게 최 대행에 대한 탄핵 언급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당 지도부도 탄핵 카드를 선택지에 올려둔 모습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내일을) 최종시한으로 봐도 된다”며 “당에서 조금 더 협의된 안으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수요일로 날짜를 박아서 합헌적으로 행위하라고 최 대행에게 시간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행에 대한 민주당의 압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최 대행 감싸기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헌재가) 최 대행에 임명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도 아니고 마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의 지위로 인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최 대행이 지금 자세를 유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안 해주면 대대행까지 또 탄핵할 기세”라며 “대통령 탄핵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거 같으니 확실한 내 편을 꽂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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