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등 경상도 권역을 휩쓸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 확산이 ‘기후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대 산불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뉴시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등 경상도 권역을 휩쓸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 확산이 ‘기후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대 산불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 등 경상도 권역을 휩쓸고 있다. 역대 국내서 발생한 단일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다. 건조한 바람에 급속도로 인근 지역에 확산되면서 인명·재산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 피해 확산이 ‘기후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대 산불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면 산불의 끝나지 않는 ‘재앙의 굴레’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역대 최악의 산불… 인명·재산 피해 심각

소방 당국과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경 경상북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했다. 원인은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에 의한 실화로 추정된다. 이후 강풍을 타고 확산된 산불은 24일 안동시, 25일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봉화군을 차례로 덮쳤다.

급격히 확산된 산불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단일 산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재산 피해도 가장 큰 규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5일 기준 북동부권 4개 시·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망자는 18명이다. 각각 안동시(2명), 청송군(3명), 영양군(6명), 영덕군(7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경 경상북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했다. 원인은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에 의한 실화로 추정된다. 사진은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 인근 으로 확산하는 모습./ 뉴시스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경 경상북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생했다. 원인은 묘지를 정리하던 성묘객에 의한 실화로 추정된다. 사진은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하동군 옥종면 안계마을 인근 으로 확산하는 모습./ 뉴시스

여기에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낮 12시51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1대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헬기에 탑승했던 조종사 1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 발생 5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그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위성 솔루션 스타트업 ‘텔레픽스’에 따르면 24일 오후 6시 기준 의성군은 약 108.47㎢의 피해를 입없다. 이는 축구장 146개가 넘는 면적이다. 해당 데이터는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2(Sentinel-2) 위성을 통해 관측된 것이다.

아울러 산불이 번지는 지역의 주요 과학 연구시설도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동시 남후면 아곡길에 위치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 안동하천실험센터는 현재 산불의 위협을 크게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연 안동하천실험센터는 대규모 실험수로에서 하천 보전·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2012년부터 운영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모의 하천 실험장이다

나무영 건설연 안동하천실험센터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저희 센터와 하회마을, 병상서원이 산불 발생 지역 반경 5km 내에 있어 화마권에 들어서 있다”며 “바람 방향이 아직 센터 쪽이 아니라 직접적 피해 사례가 발생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 숨쉬기가 솔직히 어려울 정도로 공기가 탁해지고 있어 우려가 된다”며 “현재 센터는 건설연 본원에 상황을 보고한 상태고 이에 대한 안전 관리 지침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낮 12시51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1대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낮 12시51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하던 헬기 1대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 대형 산불,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

이번 산불의 직접적 원인은 성묘객의 부주의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이유를 ‘기후변화’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이상기온과 대기 흐름 변화로 건조한 공기를 머금은 강풍이 발생했고 이것이 산불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후과학자 네트워크 ‘클리마미터(ClimaMeter)’는 2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산불이 “서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인간이 주도한 기후변화로 강화된 기상 조건으로 인해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일본 혼슈 지역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대형산불이 발생, 확산되고 있다.

클리마미터 연구진은 “2025년 3월 일본과 한국의 산불로 이어진 기상 조건은 과거보다 상당히 더 따뜻하고 건조하며 바람이 더 많았다”며 “현재 조건은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최대 2°C 높은 기온, 최대 30% 이상의 건조함, 최대 시속 4.8km의 강풍을 유발했다”고 설명다.

이어 “이번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본다”며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은 제한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센티넬2 위성으로 의성군 안계면 토양의 수분지수 비교한 결과. 2024년 3월(좌측) 대비 2025년 3월(우측)이 더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픽스
센티넬2 위성으로 의성군 안계면 토양의 수분지수 비교한 결과. 2024년 3월(좌측) 대비 2025년 3월(우측)이 더 건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픽스

이는 실제 데이터로도 관측됐다. 텔레픽스 산하 데이터 분석 연구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연구소(지지연)’가 기상 관측 위성 데이터 산불 발생 지역의 기후 조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대비 올해 영남 지역은 전반적으로 습도가 낮게 나타났다. 특히 AWS(자동기상관측장비) 데이터 기준 의성군은 23% 수준으로 매우 건조한 상태였다.

김지희 텔레픽스 영상과학연구팀장은 “2020년대 들어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산불에 대해 건조한 기후, 평년보다 적은 적설량, 강한 돌풍 등을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도 산불 발생의 주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인도 ‘카슈미르 농업과학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률이 1984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가뭄은 산림 식생의 생리적 변화를 가져와 체내 수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이는 식물의 생명 주기 발달 단계에서 온도와 가뭄 스트레스로 인해 산림 회복력 저하를 가져와 산불 발생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와 기온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숲과 야생 동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고온은 토양, 물 증발을 증가시켜 토양이 건조해지고 산림 식물에서 물이 손실을 가져와 산불을 가속화한다”고 우려했다.

22일 천리안 환경위성(GEMS) 통해 확인한 자외선 에어로졸 지수. 대형 산불이 난 지역이 붉은색으로 확인된다./ 텔레픽스
22일 천리안 환경위성(GEMS) 통해 확인한 자외선 에어로졸 지수. 대형 산불이 난 지역이 붉은색으로 확인된다./ 텔레픽스

◇ 산불이 만든 ‘기후변화’, 끝나지 않는 재앙의 굴레

더 큰 문제는 이번 경북 산불과 같은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불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과 열기, 미세먼지 등이 대기, 오존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텔레픽스가 천리안 환경위성(GEMS)을 통해 자외선 에어로졸 지수(UVAI)를 분석한 결과, 산불 발생 지역의 지수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연기나 재 등 흡수성 에어로졸(대기 중 부유 입자)이 대량으로 방출됐음을 의미한다.

해외 과학계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중국 ‘노스웨스트 A&F 대학교(Northwest A&F University)’의 자연과학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구다. 해당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형 산불은 육지 표면의 온난화를 가속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0년 동안 위성 관측을 통해 지구 북반구 온대림과 아한대림에서 발생한 산불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다음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산림 화재가 발생한 후 여름에 육지 표면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온난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형 산불에 따라 발생한 지표 온난화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은 인근 지역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화재 후 10년 동안 지속된 온난화는 가뭄과 폭염의 발달을 촉진해 지역 규모로 화재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은 곧 더 큰 일산화탄소(CO) 등 온실가스의 배출을 의미한다”며 “화재 규모 증가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으로 발생한 미래 기후 온난화는 대형 화재 발생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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