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오는 9일부터 14일까지 보좌기관·경호기관·자문기관 등 총 28개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생산된 기록물의 이관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 뉴시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오는 9일부터 14일까지 보좌기관·경호기관·자문기관 등 총 28개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생산된 기록물의 이관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생산된 기록물 이관 작업에 시동이 걸린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기록물 지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기록이 일체 봉인될 경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수사 및 재판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관련 법 개정에도 나서며 적극적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대통령범죄 증거은닉 방지법’으로 이름 붙인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관련 내용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는 보호기간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전 최고위원은 “국가안보와 경제 안정을 위한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제도가 중대한 위헌·위법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의 증거은닉 수단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도 이날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탄핵 사유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서는 보호기간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날(7일) 대통령기록물 보호기간 지정에 대한 심의절차를 규정하고 대통령 궐위 시 국가기록원장이 보호기간을 지정하는 법안을 냈다. 용 의원은 “12·3 내란을 발본색원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은 오는 9일부터 14일까지 보좌기관·경호기관·자문기관 등 총 28개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의 이동이나 재분류 등의 금지를 요구하고 현장점검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시작으로 차기 대통령 임기 전까지 기록물 이관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 야권은 한 대행이 대통령기록물 지정에 나설 것을 우려하며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넘어갔다. 야권은 한 대행이 대통령기록물 지정에 나설 것을 우려하며 압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뉴시스

◇ ‘최장 30년 봉인’ 가능성… 야권 맹난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이 비공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국가의 안보, 경제, 정치적 혼란 등을 야기할 수 있는 기록물에 대해선 보호기간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기록은 15년간 비공개 상태가 된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될 경우 기간은 최대 30년까지 늘어난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이른바 세월호 관련 기록 등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직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은 이날 ‘시사위크’에 “현재 대통령 지정기록물 제도가 주관적이라 정치적 오남용이 가능한 구조”라며 “이렇다 보니 보호라는 명분으로 은폐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역시 이러한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 내란 수괴 혐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가 해병대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각종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련 문건들이 봉인된다면 제대로 된 수사와 재판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신임 대통령기록관장 최종 합격자에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인사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야권의 반발에 기름을 부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기록관장 최종 후보자에 용산 행정관 출신 인사가 오른 것도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내란 증거를 인멸하려는 기획된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장 야권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이 한 대행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관련 기록물 봉인을 금지하고 인사는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내란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관련한 기록물 봉인을 전면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전날 법안을 발의하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록물 지정 행위를 스스로 중단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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