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동물자원센터장 인터뷰

의학·약품, 과학의 발전은 ‘실험동물’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만큼 동물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자들의 어깨는 늘 무겁다. ‘시사위크’ 취재팀은 임혜인(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장을 만나 윤리적 동물실험의 방법,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의학·약품, 과학의 발전은 ‘실험동물’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만큼 동물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자들의 어깨는 늘 무겁다. ‘시사위크’ 취재팀은 임혜인(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장을 만나 윤리적 동물실험의 방법,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약품’을 사용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필수 의약품은 591개다. 건강식품, 영양제 등을 포함하면 현재 전 세계서 사용되는 약물은 약 4만여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되는 신약의 양도 상당하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매년 40~60종의 신약이 승인된다.

이 같은 의학·약품 발전은 ‘실험동물’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더 나아가 로봇, 항공기, 우주발사체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 발전 전 분야도 동물실험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업적 뒤에 희생된 실험동물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만큼 동물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자들의 어깨는 늘 무겁다. 그들에게 작은 실험동물들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1년을 함께한 연구 파트너나 다름 없다. 이에 ‘시사위크’ 취재팀은 임혜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장을 만나 윤리적 동물실험의 방법,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는 생명현상연구에 필요한 생물자원의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센터다. 동물실험윤리에 적합한 실험동물의 유지·관리, 유전자 발현 조절, 동물의 행동 분석을 지원한다.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2015년부터다. 시작은 ‘실험동물실’이었다. 2000년 문을 연 신경과학센터에 2000년 설치된 실험실이었다. 지금보다 규모도 훨씬 작았고 사육되는 실험동물의 숫자와 종류도 적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의 급성장과 생명과학, 응용과학에서의 동물실험 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실험동물 관련법 등이 제정되면서 여기에 적합한 시설과 환경 마련 중요성도 커졌다. 이에 연구원 차원에서 실험동물실을 확장해 지금의 연구동물자원센터가 구축됐다.”

임혜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장은 “예산도 문제지만 할당 업무에 비해 급여 높지 않아 인재가 유출되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임혜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장은 “예산도 문제지만 할당 업무에 비해 급여 높지 않아 인재가 유출되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 센터 내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연구동물자원센터는 크게 ‘실험동물실’, ‘바이러스실’, ‘동물행동분석실’로 나눠 운영된다. 실험동물실은 말 그대로 동물들을 키우고 연구자들에게 공급하는 곳이다. 바이러스실은 유전자조작을 한 연구용 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동물실험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인체 감염성이 없게 유전자를 조작하기 때문에 실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동물행동분석실은 동물에게 약물, 자극 등 테스트를 진행한 후 동물의 행동변화를 관찰하는 곳이다. 연구자들은 동물을 공급받으면 행동실험을 보통 먼저 진행한다. 행동이라는 것은 생체의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특히 뇌와 같이 생명체가 살아있으면 접근이 불가능한 조직의 경우 행동 분석 실험을 필수적으로 선제한다.”

- 센터에는 어떤 동물들이 현재 사육되고 있나

“현재 센터에서는 1만5,000여마리의 실험동물이 살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마우스’. 즉. 실험용 ‘생쥐’다. 보통은 검은색 쥐다. 흰 쥐의 경우엔 덩치가 큰 ‘랫(Rat)’ 종류다. 비슷하지만 서로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작은 쥐의 경우 예민하고 공격적이다. 반면 흰 쥐는 덩치가 크지만 여유롭고 얌전하다. 쥐 외에도 토끼, 기니피그 등 실험 목적에 맞춰 다양한 포유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 각 동물들은 뇌기능 균형, 치매, 파킨슨병 등 사회적 이슈에 맞는 실험에 이용된다. 이를 통해 KIST에서는 종양 및 항암제 개발, 질병 면역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장내 미생물, 생활 의약품 등 모든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도 실험동물들은 귀중한 연구 자원이다.”

센터에서는 1만5,000여마리의 실험동물이 살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마우스’. 즉. 실험용 ‘생쥐’다. 쥐 외에도 토끼, 기니피그 등 실험 목적에 맞춰 다양한 포유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 각 동물들은 뇌기능 균형, 치매, 파킨슨병 등 사회적 이슈에 맞는 실험에 이용된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센터에서는 1만5,000여마리의 실험동물이 살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이 ‘마우스’. 즉. 실험용 ‘생쥐’다. 쥐 외에도 토끼, 기니피그 등 실험 목적에 맞춰 다양한 포유동물들이 사육되고 있다. 각 동물들은 뇌기능 균형, 치매, 파킨슨병 등 사회적 이슈에 맞는 실험에 이용된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 센터 운영 예산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

“사실 연구동물자원센터는 이윤을 남기는 연구 시설은 아니지만 최소 운영 경비가 있다. 인력 및 연구비 등을 포함해 한 해 11억원에서 12억원 규모다. 실험 장비 및 동물 관리, 사료, 글러브, 가운, 마스크, 세정시설 등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우리 센터의 필수 인력인 ‘사육세정사’분들 고용 및 지원에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모두 전문학사 이상 출신 분들로 실험동물학과 졸업자, 실험동물 기술사를 취득한 전문가분들이다. 센터는 11~12명 정도를 직원으로 뽑아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인건비와 운영비 필요한데 예산 부족으로 기본적인 운영비로 운용 중이다.”

- 필수 연구치고는 지원이 부족한 거 같다

“예산도 문제지만 인력 ‘턴오버(Turn over)’가 빠르다. 들고 나가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할당 업무에 비해 급여 높지 않아서다. 현재 센터는 연구자들이 연구비에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기관인만큼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기도 힘든 일이다. 여기에 바이오 분야는 가시적인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가 정책이나 기업과의 R&D 투자도 집중되기 어렵다. 하지만 기초연구 역시 응용 과학과 마찬가지로 국가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기반이 무너지면 실용화, 운영화 연구로 가기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때문에 정부를 중심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적극 이뤄졌으면 한다.”

- 인간과 동물의 신체구조는 차이가 있다. 어떻게 정확한 연구가 가능한가

“정확한 지적이다. 사람과 실험동물의 신체는 단순 크기부터 장기 구조까지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완전 100% 정확한 실험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동물들과 사람은 구조는 다를지라도 뇌, 심장, 위장, 간, 폐 등 주요 구성 장기는 동일하다. 특히 실험용 쥐들은 인간과 염색체 구조가 90% 유사하다. 이는 오랑우탄 등 영장류 계열을 제외하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수치다.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는 신약, 물질, 자극 등 생체 영향성 평가에 매우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100% 일치하는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지만 인간에게도 유사한 영향이 미칠 수 있겠다는 예측은 가능하다.”

임혜인 센터장의 말에 따르면 독성실험 직후 대다수의 실험용 동물을 사망한다. 정확한 독성 농도를 찾기 위해선 여러 동물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최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사전에 준비하고 실험을 진행해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임혜인 센터장의 말에 따르면 독성실험 직후 대다수의 실험용 동물을 사망한다. 정확한 독성 농도를 찾기 위해선 여러 동물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최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사전에 준비하고 실험을 진행해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 ‘동물실험’ 하면 독성 실험이 떠오른다. 이 경우 동물이 죽는 경우가 많은지

“슬픈 일이지만 대다수는 사망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반수 최대 억제 농도(IC50)’ 실험을 할 경우가 있다. 이는 특정 물질이 생물학적 과정 또는 생물학적 성분을 50% 억제하는데 필요한 양이다. 즉, 어떤 실험 물질 독성 평가를 할 경우, 전체 실험동물 그룹에서 50% 이상이 이 물질을 투입받고 죽으면 ‘독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때문에 정확한 독성 농도를 찾기 위해선 여러 동물이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최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사전에 준비하고 실험을 진행해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 화장품, 건강식품 등의 경우 동물실험은 규제 대상 중 하나며 불매운동 등 반감이 커 시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신약 및 특수물질 독성평가는 진행되고 있다. 대신 특수시설로 인허가 받은 기업, 병원, 연구소 등에서 진행된다. 다만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에서는 실험동물에 대한 독성 실험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 실험동물을 대체할 방법은 없나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는 동물실험윤리제도의 3R원칙 ‘대체(Replacement)’,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에 따라 윤리적 동물실험을 진행한다. 이 중 ‘대체’ 항목은 ‘비동물실험으로의 대체 방법 강구’를 의미한다. 즉, 동물실험 대신 다른 실험으로 동일한 연구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에 KIST에서는 인공장기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과기정통부에서 디지털·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어 이 방향으로 비동물실험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KIST 뇌과학연구소의 경우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브레인’ 방법도 연구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안 방법의 기술력 수준으로는 동물실험을 대체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독성 예측 실험의 경우엔 현재 쌓인 방대한 데이터로 예측은 가능하지만 실제 인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동물실험이 대체·최소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넘어야 할 허들이 너무 많아 최소 몇십 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혜인 센터장은 “실험동물들을 실험에 쓰고 버리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24시간 실험을 함께하는 파트너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임혜인 센터장은 “실험동물들을 실험에 쓰고 버리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24시간 실험을 함께하는 파트너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안혜림·홍서연 인턴기자

- 동물들을 위한 위령제도 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안타깝게도 실험이 끝나면 거의 대부분의 동물은 죽는다. 센터에서는 매년 10만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된다. 설사 실험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이들이 분양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유전자변형된 동물이기에 방생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실상 모든 실험동물은 결과적으로 안락사된다.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전 세계 실험동물 연구기관에서는 4월 24일을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지정했다.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도 이에 맞춰 실험동물실이었던 2004년부터 매년 4월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연구 속에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실험동물들의 넋을 기리고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위령제는 연구원 전체에 오픈돼 참여하고 싶은 연구자나 학생들은 누구나 올 수 있다. 위령 동상에 국화 헌화할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한다. 또한 떠난 동물들이 좋아했던 간식들도 마련해 놓곤 한다.”

- 동물실험에 있어 연구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사실 동물실험은 과학자의 가장 어려운 업무 중 하나다. 연구를 위해 사육되는 동물들을 보면 감정이 복잡할 때가 많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과학 발전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대신 이 동물들을 실험에 쓰고 버리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24시간 실험을 함께하는 파트너라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밥만 주면서 사육하는 것보다 이 친구들이 이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할까, 불편한 것은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돌봐야한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동물이 느끼는 감정, 스트레스 하나하나가 실험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신입 연구원, 학생 연구원들을 가르칠 때 이 점을 무조건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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