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 뉴시스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민주노동당 권영국,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6·3 대선 첫 TV 토론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견제의 장이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커피 120원’과 ‘호텔 경제론’ 등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았다. 집중 공세에 이재명 후보는 “극단적”이라며 반박에 나섰지만, 토론회 이후에도 이를 둘러싼 설전이 이어지면서 소란은 한동안 계속될 조짐이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에서 열린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경제’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범보수 진영 후보들은 이 후보의 경제관을 집중 공략했다. 먼저 공세의 포문을 연 것은 이준석 후보였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호텔 경제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호텔 경제론’은 이재명 후보가 경제의 순환 원리를 강조하기 위해 설명한 예시로, 호텔 투숙객이 건 예약금이 지역의 소비 사이클로 이어지면 돈이 사라져도 경제 효과는 남는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온 이 논리는 이 후보가 최근 유세에서 다시금 꺼내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실제 구현된 짐바브웨나 베네수엘라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나 복지 과잉 때문에 경제적 곤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후보도 “이런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도덕적 해이와 우리 경제를 망치고 정신을 망치는 행위”라고 맹폭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 120원’ 발언도 공격했다. 김 후보는 “닭죽 파는 사람들에 비해서 커피가 굉장히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돼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관’에 대한 공세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두고도 이어졌다. 이준석 후보는 ‘인공지능(AI) 육성’과 관련해 “AI 투자 100조를 말하는 데 100조란 큰돈을 제안했으면 어디에 넣겠다 개괄이 있을 것”이라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만들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연차적으로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말”이라며 세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세부 계획 없는데 돈 넣겠다는 말씀 잘 들었다”고 비꼬았다. 아울러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 전반에 대해 “돈이야 당겨쓰면 된다고 할 텐데, 재정이 이걸 부담할 수 있나 없나가 중요하다”며 “그 부분을 기자들이 질문할 때 집권하고 알아보겠다고 말해서 허황됐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직격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커피원가 발언’을 비판하며 커피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커피원가 발언’을 비판하며 커피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사이비 경제관” vs “네거티브”… 토론회 장외전 지속

이러한 후보들의 집중 견제에 이재명 후보는 “너무 극단적”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호텔 경제론’과 관련해선 “단순화한 설명”이라고 했고, ‘커피 발언’에 대해선 “나은 환경에서 영업하는 걸 지원하겠다고 한 것을 떼어 내 왜곡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양안 관계와 관련 ‘셰셰 발언’을 두고 양 후보가 ‘친중 공세’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국익중심 외교’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토론과 대화를 하려면 상대를 존중하고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념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이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면서 이재명 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TV조선 ‘신통방통’ 인터뷰에서 “예산만 투입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수준의 경제관념을 가진 것을 보면서 이 후보의 여러 단점 중 경제 분야가 최악 수준이 아닌가 다시 한번 확인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시장 경제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서 민생 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위험한 이재명표 사이비 경제관”이라며 “이런 인식으로는 기업과 가계를 줄줄이 위험에 빠뜨리고 그 이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텔 노쇼 경제도 똑같다”며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라 폰지 사기 수법”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이러한 상대 진영의 공세가 ‘말꼬리 잡기’라며 방어에 나섰다. 박수현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 수석부단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전형적인 말꼬리 잡기”라며 “커피값의 원재료가 얼마라고 하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말꼬리를 잡아봐야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다 진다”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커피 사장님들 폄훼하고 물정 모르는 식으로 (공세를) 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공세”라며 “네거티브로 흑색선전을 하면 논쟁 수준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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