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44년 만의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된 조기 대선이다. 그 과정 또한 그 어떤 대선보다 많은 논란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큰 격차로 앞서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남은 기간 어떤 변수든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이재명 후보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꼽히는 양상이다.
◇ 활짝 웃었던 이재용, 단둘이 드라이브 한 정의선
이처럼 독주체제를 이어지면서 이재명 후보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도 연일 들썩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나 추구하는 정책 방향과 맞물린 기업들은 물론, 학연이나 지연 등 실체가 불문명한 ‘테마주’들도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재명 후보와 주요 재계 인사들의 과거 인연도 주목을 끄는 요소다. 이재명 후보 당선 시 경제 및 기업 정책이나 해당 그룹의 행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먼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여러모로 중요하고 민감한 시점이었던 지난 3월 이재명 후보와 만났다. 이재명 후보가 ‘사피(SSAFY·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를 방문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사피는 삼성전자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청년 취업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청년들을 교육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이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마주앉은 두 사람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장 간담회’를 열어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비공개 대화까지 약 1시간가량 함께했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삼성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도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 기대한다”며 “두를 위한 삼성이 되시길 바란다. 지금껏처럼 견인차 역할을 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항소심 판결을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만남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또한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이재명 후보를 대하는 이재용 회장의 모습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2021년 이재명 후보와 직접 만난 인연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1년 5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기업에 대해 과거와 같은 방식의 압박이나 피해, 부정행위를 요구하던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며 “앞으로는 불합리한 규제나 불필요한 규제들로 자유로운 기업·경제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두 사람은 수소버스와 자율주행차를 함께 탑승한 뒤 수소전기트럭을 단 둘이 탔다. 예정에 없이 즉석에서 이뤄진 두 사람만의 수소전기트럭 탑승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이재명 후보는 조수석에 앉았다. 이에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됐던 두 사람의 만남이 3시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또한 이날 행사를 함께했던 공영운 당시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가 이끌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에 영입인재로 입당했다. 다만, 그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선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해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아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공영운 전 사장을 제치고 당선된 바 있다.
◇ 자주 마주한 최태원, ‘감사 편지’ 정용진… KG그룹 곽재선은 ‘악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이재명 후보와 여러 차례 마주한 경험이 있다.
가장 최근 만남은 경제5단체장이 이재명 후보를 초청해 마련한 간담회가 열린 지난 8일이었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일본과의 경제 연대 필요성 등을 제언했고, 이재명 후보는 “최태원 회장님의 생각은 어쩌면 저하고 그렇게 똑같습니까”라며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과 11월에도 만났다. 먼저, 지난해 9월엔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대한항공회의소 민생경제 간담회’를 통해 마주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는 “제가 경기도지사를 할 때 SK와 특별한 인연도 있다”며 “경기도 용인의 클러스터가 신속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도 하고 협력도 했다. 최근에 용인 클러스터가 전력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안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엔 ‘SK AI 서밋 2024’ 참석에 앞서 이재명 후보 측 요청으로 두 사람이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AI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문제를 토로했고, 이재명 대표는 이에 호응하며 “현장의 상황 또는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3월 정용진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신세계그룹이 화성국제테마파크 건설을 위한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감사의 뜻을 밝힌 것이다.
또한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2월엔 SNS에 해당 감사 편지를 언급하며 “친기업, 반기업 이분법을 넘어 주권자의 삶이 최우선이라는 간명한 원칙이 있어야 일이 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정용진 회장이 정치적 발언으로 잇단 논란에 휩싸였던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제가 만나본 정용진 부회장님은 공사가 분명하고 현명한 분이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재명 후보와 인연이 있는 재계 인사들은 대체로 좋은 만남과 관계를 남겨왔다. 반면, 재계에서 존재감을 거듭 키워오고 있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이재명 후보와 ‘악연’을 남긴 바 있다.
이재명 후보와 곽재선 회장의 악연은 201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 시장이던 당시 경기도 성남시에서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가 발생해 무려 16명이 숨진 바 있다. 사고가 발생한 행사는 KG그룹 계열사인 이데일리가 주최한 것이었는데, 성남시의 공동주최 여부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정부와 보수언론이 ‘이재명 죽이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며, 제기된 문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곽재선 회장의 요청으로 오찬을 했는데, 의례적인 첫 만남에서 뜬금없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며 판교 내 문화예술회관 부지제공이란 특혜를 요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