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예금자 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오는 9월부터 예금자 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시중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 예금 보호한도, 9월부터 5,000만원→ 1억원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6일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 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은행·저축은행 등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을 보호하는 금융사와 개별 중앙회가 예금을 보호하는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의 예금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일 이후 금융사나 상호금융 조합·금고가 파산 등으로 인해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 하는 경우 고객들은 예금을 1억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예금보험공사 보호대상 예금은 은행·저축은행 예적금, 보험사 보험료, 증권회사 예탁금을 포함한다. 

또한 동일한 금융회사나 상호조합·금고 안에서 일반예금과 별도로 보호 한도가 적용 중인 퇴직연금, 연금저축(공제), 사고보험금(공제금)의 예금보호한도 역시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금융위는 “예금보호한도 상향으로 한도 내에서 여러 금융사에 예금을 분산하여 예치해 온 예금자들의 불편이 해소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예금보호한도가 상향되는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선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한 바 있다.

금융위는 올해 1월부터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예금보호한도 상향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예금보호한도 상향 시행을 위한 여건을 점검하고, 적정 시행시기를 논의해왔다. 

당국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을 보호하는 은행·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소관 법률에 따라 개별 중앙회가 예금을 보호하는 상호금융권의 예금보호한도도 상향 조정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했다. 이는 예금보호한도가 상이할 경우 소비자 혼란과 보호한도가 높은 업권으로의자금 이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과 협의를 거쳐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위한 6개 법령의 일부개정에 관한 대통령령안’ 입법을 통해 6개 시행령을 공동개정하기로 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 시기는 TF를 통한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예금 해지액 규모가 크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큰 연말·연초를 피해, 9월에 시행하기로 했다. 

예금보호한도 상향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또는 상호금융권으로 예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은행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등 자금시장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 제2금융권 자금 쏠린다?… 업계 “영향 크지 않을 듯”

저축은행권은 2022년부터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권은 2022년부터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다만 ‘머니무브’ 현상이 빠르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우선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서서히 인하되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상호금융권 예금금리 격차는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제2금융권이 예금보호한도 상향을 계기로 수신금리를 상향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면 자금 이동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업계에선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호한도 상향 이후, 상호금융권이나 저축은행권 내에서 고금리 예금상품 판매해 수신 자금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금리로 예금을 조달하는 것은 조달비용을 상쇄할만한 대출이자나 투자이익이 기대될 때인데, 현재는 대출 시장이 경색돼 있고 부동산 시장도 활황이 아니”라며 “고금리로 예금을 조달해서 수익성 있게 투자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은 2022년부터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과 건전성 악화로 인한 충당금 부담 확대가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여기에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라 예금보험료 부담 증가도 우려되고 있어, 공격적인 수신전략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당국은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여러 후속조치도 실시한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는 보호예금 증가에 따른 적정 예금보험료율을 검토하되, 현재 금융업권이 과거 금융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2028년 납입 예보료분부터 새로운 예금보험료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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