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표된 소비자 물가가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정부가 신속한 대책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 서민 체감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조속히 안정화하겠다는 의중이다. 다만 야권은 이러한 물가 상승 원인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2.2%, 2.1%를 기록하다가 지난 8월 1.7%로 잠시 둔화했다. 하지만 9월 소비자 물가는 8월보다 0.4%p 상승하며 다시 2%대로 돌아왔다.
특히 가공식품과 축·수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 가공식품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는데 특히 커피(15.6%)와 빵(6.5%)의 상승폭이 컸다. 농산물의 경우 채소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쌀이 15.9% 상승하면서 2.0% 올랐다. 돼지고기(6.3%), 달걀(9.2%), 찹쌀(46.1%), 고등어(10.7%) 등도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추석을 앞두고 축산물 등 일부 품목 가격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다’ 이런 자세로 물가 안정에 신경을 최대한 써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비단 추석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물가 상승이 국민의 체감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이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 물가 상승에 야당은 ‘정부 책임론’ 부각
하지만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 물가 안정화라는 목표 달성도 여의치 않다 보니 야권은 즉각 이를 공세의 명분으로 삼았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한 대여 공세에 골몰해 온 국민의힘은 이를 정부의 ‘역량 부족’으로 연결 짓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 환율이 오르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뭐가 있나”라며 “불안하고 불법이 판치고 국민이 불편하고 이게 이재명 정부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미국과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 물가 안정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장 대표는 “관세 협상 불안 때문에 현재 국내 기업들이 물고 있는 관세가 물가 상승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환율이 상승하는 것도 당연히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민생지원금 지급 역시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국민의힘은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물가 동향 보고 등을 받으며 “조선시대 때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 한 것도 야권의 공세 지점이다. 장 대표는 “호텔경제학에 이어 사형경제학”이라며 “매점매석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매점매석은 공급탄력성이 없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절 앞두고 장바구니 품목의 공급 탄력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게 당연한 기본 중 기본”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제대로 안 세우고 물가 상승마저 기업 탓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조선시대 법을 들먹이며 상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이라는 경제의 기본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제발 경제만은 순리대로 운영해 달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가 시작됨에 따라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힘을 싣겠다는 각오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물가 걱정 없는 추석이 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수품 공급과 할인지원,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 등 추석 민생대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한편, 김장철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배추와 무 작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10월 말부터는 김장재료 할인지원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