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저출산·고령화 등 한일 공통 사회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 8월 23일 이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대통령실은 양국 간 셔틀외교가 정착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직면한 공통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 계기에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양국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을 포함한 공통 사회문제 관련 당국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이시바 총리가 서울이 아닌 부산을 방문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부산에서 회담 개최는 지방 활성화 관련 양국의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양자 방한을 계기로 서울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04년 7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제주도를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21년 만이다.
이날 양국 정상이 공통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기로 한 것은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보다는 쉬운 범위에서의 협력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에서부터 경제문제를 넘어서 안보 문제,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그런 아주 가까운 한일 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의미 있는 협력 성과를 축적해 간다면 양국의 현안에 관련한 대화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 한반도 비핵화 의지 재확인
양 정상은 이날 공동발표문을 통해 각자의 정책 경험과 성공사례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 외교당국 간 양자 협의 기회를 활용해 협의체 전반을 총괄하기 위한 협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당국 간 협의체를 통해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자 간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한일 간 공통 사회문제에 관한 다층적인 연계와 협력 강화를 위한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양국 정상은 지정학적 현상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강 대변인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국제사회 과제 대응에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북극항로 협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의 지평을 넓혀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도 재확인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 정부의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노력과 정책구상을 설명하고 일본 측에 협력을 당부했다”며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과 8월에 이어 이날 양 정상이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되면서 한일 간 셔틀외교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양 정상은 셔틀외교 기반 위에 한일 간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조선통신사와 지난 2001년 도교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 씨의 사례 등을 언급하며 ‘가까운 이웃’으로서의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