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기온 변화, 체지방·비만율 높여
날 더워지면 당 섭취량도 증가… 소외계층일수록 위험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기후변화’가 우리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급변하는 기온에 신종 질병이 출몰하고 온열·한랭 질환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에 따르면 폭염 사망자 수는 2010년대 대비 2080년에는 30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비만’도 기후변화에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나오고 있다.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이 기후변화로 심화될 수 있는 만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 기후변화, 체지방·비만율 높인다
먼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건강 문제는 ‘비만’이다.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 연구진이 9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더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비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기온이 상승한 지역의 경우 주민 비만율도 온도에 따라 증가했다.
애들레이드대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호주 8개주 7,600가구, 1만9,000명 이상의 주민 건강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1년간 30°C 이상의 기온에 하루 더 노출될 경우 체질량지수(BMI)가 0.02%, 비만 가능성이 0.2% 증가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비만도 증가는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8~24세, 25~44세, 45~64세, 65세 이상의 4개 연령대와 남성과 여성을 별도 추적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30°C 이상 상승할 경우, 고령층은 30~40% 정도 비만에 간접 영향을 받았다. 10~30대 사이 젊은 층의 간접 영향도가 약 10~2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5~3배 정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기존에 더웠던 곳보다 기온 간 차이가 심한 지역, 즉 극한 기온에 노출된 지역이 비만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극한 기온에 노출된 지역 주민들의 BMI를 조사한 결과, 27.3~31 사이의 사람들이 타 지역보다 소폭 증가함을 확인했다. 한국비만학회에 따르면 BMI가 25 이상인 경우 ‘1단계 비만’으로 분류되며 30 이상인 경우엔 중고도 비만인 ‘2단계 비만’으로 분류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신체 활동 기회를 줄임으로써 비만 유발 환경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라며 “특히 위험도가 높은 집단은 고령층이었는데 이는 야외 활동과 전반적인 신체 활동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한 기온 노출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추운 기후 지역에 거주하는 참가자들이 더운 기후 지역에 거주하는 참가자들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젊은층보다 노년층에서 그 영향이 더 강했다.
◇ 기후변화에 ‘당 섭취’도 증가… 소외계층일수록 ‘위험’
기후변화로 인한 더위는 비만과 함께 ‘당뇨’ 등 질환도 부를 위험이 크다. 체력 저하로 운동과 활동량은 줄어드는데 아이스크림, 커피, 탄산음료 등 식품에 들어있는 많은 양의 당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지난달 9일 영국 카디프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등 국제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오르면 설탕 섭취량이 크게 늘어 비만 및 고지혈증, 당뇨 유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지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소비자들의 물품 구매 패턴과 구매 식품의 당류, 당시의 기온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기온이 오를 시 설탕 첨가 제품의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12°C에서 30°C까지 기온이 오를 때 음료수와 빙과류 섭취가 크게 증가했다. 제품별로는 가당 음료수가 당 섭취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비자들은 1°C 기온 상승당 음료수를 통해 약 0.73g의 설탕을 더 먹었다. 아이스크림 등 냉동 디저트에 의한 설탕 섭취는 1°C 기온 상승당 0.06g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세부 데이터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한 당 섭취 증가는 소득이 낮거나 교육 환경이 좋지 않은 ‘소외계층’에서 비율이 높았다. 12°C에서 30°C까지 기온이 오를 경우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인 남성과 여성은 각각 35, 30g의 설탕을 하루에 추가로 섭취했다. 반면 최종학력이 ‘대학교 졸업’ 및 ‘대학원 졸업’인 남성과 여성의 하루 추가 설탕 섭취량은 각각 0g, 4g으로 매우 낮았다.
카디프대 연구진은 “극심한 더위는 음료와 빙과류 섭취 증가를 통해 첨가당 섭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설탕이 첨가된 음료와 빙과류의 섭취 증가에 기인한다”며 “특히 이러한 영향의 정도는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가구에서 더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