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 기후와 해양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도 기후변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충남 서천 송석항. / 시사위크
​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 기후와 해양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도 기후변화 위협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충남 서천 송석항.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정소현·김두완·박설민·권신구 기자  남극은 지구의 건강과 기후 변화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해수면을 안정시키며, 해류 순환을 유지하는 등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온 상승으로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양 생태계는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곧 전 세계 기후와 생태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이며, 한국 역시 더 이상 그 영향을 비켜갈 수 없다.

◇ 역대급 ‘뜨거운 여름’ 보낸 한국

올 여름, 한국은 극한을 오가는 기상변화를 겪었다. 여름철 평균 기온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폭염과 집중호우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한국의 평균온도(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경은 전남 여수. / 사진=시사위크DB,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의 평균기온(1월부터 12월까지의 월평균기온의 평균값)은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경은 전남 여수. / 사진=시사위크DB, 그래픽=이주희 기자

기상청이 4일 발표한 ‘2025년 여름철 기후특성’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집계됐다. 이는 가장 더웠던 지난해 여름(25.6℃)보다 0.1℃ 높아 역대 1위를 경신했다.

더위는 6월 말부터 일찍 찾아와 8월 하순까지 이어졌다.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는 28.1일로 역대 3위를, 열대야일수(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의 수)는 15.5일로 4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열대야일수는 평년(12.5일) 대비 3.5배가 넘는 46일로 1908년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부산, 인천, 강릉, 속초, 목포, 청주에서도 관측 이래 열대야일수가 가장 많았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전국 강수일수(비·눈·이슬 등이 내린 날의 수)는 29.3일로 평년보다 9.2일 적었다. 강수량도 619.7㎜로 평년의 85.1%에 불과했다. 강수는 국지적으로 단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7월 중순과 8월 전반엔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발생했으며, 일부 지역에선 1시간 최다강수량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극단적 기후현상은 올해 여름 유난히 극심했다.  

최근 몇년간 무더위가 극심해지면서 폭염일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경은 동해 남항진해변. / 사진=시사위크, 그래픽=이주희 기자 
최근 몇년간 무더위가 극심해지면서 폭염일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경은 동해 남항진해변. / 사진=시사위크, 그래픽=이주희 기자 

바다도 뜨겁게 끓었다. 해역 해수면 평균 온도는 23.8℃를 기록했다. 역대 1위였던 지난해(24.0℃)보다는 낮았지만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기상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그 강도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국 연평균 기온은 14.5℃로 기상 관측 11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바 있다. 올해도 더위가 가을까지 지속될 경우, 연평균 온도와 바다 온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기후 특징이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배경엔 여러 원인이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를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는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기류를 유입시켜 무더위와 폭우 등 기상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긴 주기를 가지고 오르내린다. 수십 년에 걸쳐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10년 주기 태평양 진동(Pacific Decadal Oscillation, PDO)’이라고 말한다. PDO 지수가 음(-)의 패턴을 보일 때 북서태평양 연안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현재는 태평양 10년 주기 진동의 음의 패턴이 작용하고 있는 시기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현상으로만 높은 해수면 온도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자연 요인 외에도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름철 평균 기온이 치솟으면서 열대일수가 늘고 있다. 배경은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 사진=시사위크DB, 그래픽=이주희 기자 
여름철 평균 기온이 치솟으면서 열대일수가 늘고 있다. 배경은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 / 사진=시사위크DB, 그래픽=이주희 기자 

예상욱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연근해를 포함해서 북태평양 지역에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금이 PDO의 음의 위상이 강한 시기인 점을 감안해도 해수 온도가 너무 따듯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남극서 체감한 기후위기… 한국도 ‘현재진행형’

남극을 비롯한 극지방의 변화는 단순히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해수면·해류·기상·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으로 이어진다. 한국 역시 뜨거워진 바다로 그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바다 연평균 표층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표층수온’이란 바다 표면과 가까운 해수의 온도를 뜻한다. 올해 여름에도 고수온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예상욱 교수는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 해양에서 대기 쪽으로 수증기가 많이 공급된다. 이 수중기가 이산화탄소보다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라며 “바다 온도 상승은 기온을 더 끌어올리고 기상이변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해역 생태계는 30년 전과 비교해서 완전히 바뀌었다”며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어종이 변하고 어획량도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우리 바다 연평균 표층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 
지난해 우리 바다 연평균 표층수온은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된 수온 중 가장 높았다. 사진은 제주도. / 사진=시사위크DB,  그래픽=이주희 기자

해양 수온이 높아지면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기상이변 현상 증가 △해양 생태계 파괴 △수산 자원 감소 △해양 산성화 등의 광범위한 피해로 이어진다.

실제 시사위크 취재팀은 최근 수개월간 우리나라 해역 곳곳을 현장 취재하면서 이러한 위기 징후를 현실로 마주했다. 고수온에 민감한 어종의 어획량이 줄고 있었으며,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은 수산물의 집단 폐사 걱정으로 시름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시의 한 멍게 양식장에선 집단 폐사 걱정에 아직 영글지도 않은 멍게를 미리 건져 올리고 있었다. 남해, 서해, 동해 해역 곳곳에선 어종 변화, 연안 침식, 해양산성화 등 다양한 피해가 나타났다.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경각심은 높아졌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우리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왔다는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2024 국민환경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9일부터 20일까지 만 19~69세 성인 3,0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중요한 환경문제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68.2%가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2021년 조사에서 같은 대답의 응답율은 39.8%에 그쳤던 바 있다. 3년 새 응답율이 28.4%p(퍼센트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뜨거워진 바다는 해양 생태계와 어민의 생계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은 충남 서천 홍원항. / 시사위크
뜨거워진 바다는 해양 생태계와 어민의 생계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은 충남 서천 홍원항. / 시사위크

또한 응답자 88.6%는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다만 기후변화가 ‘본인’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6.5%에 그쳤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많이 받는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90.7%가 ‘미래세대’를 지목했다. 이어 동·식물종(90.5%), 저소득 국가의 국민(87.2%), 우리나라 국민(85.8%) 순이었다. ‘나 자신’을 피해 대상으로 꼽은 응답은 78.6%에 그쳤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지만 그 피해는 내가 아닌, ‘미래세대’가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직접 피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인식은 응답 순위 네 번째였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은 이미 우리 일상의 삶을 파고들고 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우리나라에선 각종 재해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여름만 해도 강릉 등 일부 지역에선 극단적인 가뭄으로 식수 부족을 겪었고, 다른 지역에선 집중폭우로 인해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뜨거워진 바다는 해양 생태계와 어민의 생계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밥상 물가를 치솟게 하고 경제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아진 해수면은 연안침식을 가속화할뿐 아니라, 저지대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전성도 위협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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