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0일 경북 국제미디어센터(IMC) 중앙기자실에서 한-미 오찬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경주=권신구 기자  한국과 미국이 관세 후속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총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액 중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연간 200억 달러를 투자 상한액으로 정하며 우리 외환 시장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전날까지도 진전이 없었던 협상은 이날 극적으로 반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10월 29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현금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0억 달러로 구성된다. 다만 2,000억 달러 현금 투자액은 한 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닌,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도록 합의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우리 외환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통화 스와프’가 언급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명백한데 ‘이 충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그 방법을 미국에서 고민해 줘야 한다는 요청을 했던 것”이라며 “(미국 측도) 충분히 납득가는 한국의 문제 제기다 해서 같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원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도 밝혔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자는 내용을 MOU 문안에 명시하기로 한 것이 일례다.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5로 배분하기로 했으나 원리금을 전액 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수익 배분 비율도 조정하도록 했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보존할 수 있도록 특수 목적 법인의 구조를 ‘엄브렐라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로 설계해 리스크를 크게 낮췄다.

농업 분야에서의 추가 개방도 하지 않기로 했다. 김 실장은 “민감성이 높은 쌀, 쇠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시장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고 검역 절차 등에서 양국 간 협력, 소통 강화 정도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러한 조건으로 미국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15%의 관세를 지속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의 수출 주력 상품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은 주요 쟁점을 두고 교착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번 정상회담 계기 협상 타결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어제저녁에도 전망이 밝지는 않았다”며 “당일 급진전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라며 “우리는 원칙을 가지고 누차 말씀을 드린 대로 시기 때문에 국익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다는 원칙대로 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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