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검사장·지청장·평검사가 잇따라 내부망에 성명을 내며 공개 반발에 나섰다. 내부 전체가 동시에 ‘항명’ 수준의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윤석열 정부 시절 유사한 절차 논란이 연이어 발생했을 때는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찰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선택적으로 격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7월 김건희 씨에 대한 출장조사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청이 아닌 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피의자를 조사하는 이례적 방식을 택했다. 절차적 정당성 논란과 함께 ‘콜검’이라는 비판 여론까지 거셌다. 하지만 검사들 사이에서 어떤 형태의 문제 제기도 나오지 않았다.
또 올해 3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 구속돼 있던 윤 전 대통령이 법원 결정으로 풀려났을 때도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집단 반발은 전혀 없었다. 당시 수사팀이 내부적으로는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 항의나 지휘부 비판은 전혀 없었다. 검찰 조직 전체가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면 대장동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검사장 18명이 먼저 노만석 총장 대행에 대한 입장문을 올리며 항소 포기 경위를 요구했고, 이어 안양·부산동부·대구서부·순천 등 주요 지청의 지청장들까지 가세했다. 대검 연구관 등 평검사들까지 사실상 ‘사퇴 요구’에 가까운 의견을 모으면서 전 계층이 동원되는 집단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에서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도 형평성 논란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감지된다. 일부 중견 간부들 사이에서는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이례적이라 격앙될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 즉시항고 포기 때는 왜 가만있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는 비판적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간부는 “서울중앙지검이 대검 의견에 반발해 항소장을 제출했어도 법적으로 유효하다”며 “수사팀이 만장일치 항소라 주장하면서 실제 행동은 하지 않은 것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또한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일선 검사들의 반박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움직임이 특정 사건에서만 과도하게 표출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부 ‘정치검사’들이 눈치를 보며 수사해 온 관행이 국민 불신을 키웠다고도 비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은 단순한 절차 공방을 넘어서, 검찰이 사안마다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검찰이 강조해 온 ‘중립’과 ‘원칙’이라는 명분이 실제로는 ‘선택적 정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임의 해석돼 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힘을 얻는다.
개별 사건에 대한 의견 개진을 꺼리던 검사들까지 정치적 이해득실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는 현실은 정치검찰 논란을 스스로 증폭시키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런 내부 균열은 오히려 검찰개혁 요구가 왜 반복적으로 대두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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