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주자인 나경원 후보가 이준석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연일 ′계파론′을 꺼내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가 매섭게 이준석 때리기에 나섰다. 이 후보의 가파른 상승세를 꺾지 못하면 당권의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나 후보의 맹공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 나 후보는 또 다시 계파론을 꺼내 이 후보를 공격했다.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 계파의 지원설을 주장한데 이어 계속해서 계파론을 꺼내들고 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본인 스스로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한 분이 당대표가 되면 결국은 공정한 경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계파론’은 지난달 31일 MBC의 당 대표 ′100분 토론′에서도 부각됐다. 나 후보는 이 후보의 ‘버스론(대선 경선 일정을 외부인에게 맞춰줄 수 없다는 주장)’에 반박하며 “(대선 경선을) 유승민 후보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후보도 “특정 대선 후보와 특별한 관계로 시비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의 사무실을 사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문표 후보는 “유 의원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인터뷰할 때 몇 번 그 장소를 썼다는 이유로 사무실을 뒀다고 하는데 상계동에 제 사무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 후보는 계파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계파론의) 최대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모든 대선 국면에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으로 계파 논란을 빗겨간 것이다. 당사자인 유 전 의원도 전날 대구 영남대를 방문해 “(계파론은) 젊은 정치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구시대적 계파는 없다”고 일축했다.

나경원 후보가 연일 계파론을 놓치 못하는 것에 대해 영남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뉴시스

◇ ′유승민계′ 때리며 영남 당심 흡수 포석?

나경원 후보가 연일 계파의 고리를 놓지 못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당권 경쟁의 승기를 가져와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 때문이다. 나 후보가 이날 페이스북에 “유능하고 젊고 패기 넘치는 이준석 후보와의 승부가 지난 여러 선거들에 비해 훨씬 더 버겁다”고 한 고백은 이러한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상 ‘계파론’이 이 후보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점에서 나 후보에게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을 여전히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당심이 쎈 영남에서 ‘유승민계’라는 프레임 자체로도 역효과가 날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나 이준석 후보에 대해선 우호보단 부정적 여론이 많다”며 “(나경원 후보가) 이런식으로 본선 TV토론에 나올 경우 TK‧PK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에, (지지세가) 나 후보에게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에겐 상당히 낡은 공세고 아픈 공세지만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부담도 존재한다. 당장 당 안팎에서도 이러한 계파론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반기는 모양새는 아니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과거 DJ, YS, 친이, 친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계파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사실상 실체가 불분명 한데다가, 이러한 논란으로 당권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될 경우 전당대회 동력이 사라질 수 있는 탓이다.

아울러 이같은 공세가 이미 바람을 탄 이 후보의 입지를 더욱 굳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후보는 전날 한 라디오에서 “네거티브라는 것도 딱히 유승민계니 아니니 이런 거 아니겠나. 그런 쪽은 비효율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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