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3년 연속 르노·쌍용에 밀려 최하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
트레일블레이저, 르쌍쉐 소형SUV 1위… 수출 실적도 견인, 효자노릇 톡톡
올해 쉐보레 타호·GMC 씨에라 투입… 볼트 배터리 교체 시작

한국지엠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의 성패는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한국지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지엠의 실적을 견인했다. / 한국지엠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GM(한국지엠)이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2021년 국내 시장 최하위로 내려 앉았다. 그나마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 물량 덕분에 내수와 수출 합계 성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계 3위를 기록한 것이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지엠(쉐보레)의 성적표는 △내수 5만4,292대 △수출 18만2,752대 △합계 23만7,044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까지 내수 성적은 △한국지엠 4만9,156대 △르노삼성자동차 4만7,805대 △쌍용자동차 4만4,276대 순으로,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 다음으로 내수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4분기 들어 한국지엠이 △10월 2,493대 △11월 2,617대 △12월 2,519대 등 부진한 성적을 연이어 기록했다.

연말 한국지엠은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라스트 스퍼트에 나서며 추격에 나섰다. 결국 2021년 ‘르·쌍·쉐 트리오’의 내수 성적은 △르노삼성 6만1,096대 △쌍용차 5만6,363대 △한국지엠 5만4,292대 순으로, 한국지엠이 르노삼성과 쌍용차에게 역전을 당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에서 △2019년 7만6,471대 △2020년 8만2,954대 등의 성적을 기록해 르노삼성과 쌍용차에 밀려 내수 꼴찌를 기록한 바 있는데, 올해도 꼴찌 탈출에 실패했다. 더군다나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조차 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적이다. 그만큼 한국지엠의 라인업이 경쟁사 대비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소형 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홀로 고군분투하며 내수와 수출 실적을 모두 견인한 점은 위안을 삼을 만한 부분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1만8,286대가 판매돼 경쟁모델인 르노삼성 XM3 및 쌍용차 티볼리(각 1만6,535대, 동률)를 누르고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국지엠의 수출 실적을 견인한 모델도 트레일블레이저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 트레일블레이저는 총 16만1,166대로, 전체 수출 물량 18만2,752대의 88% 이상에 달한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 물량 덕분에 내수·수출 총 판매대수는 △르노삼성 13만2,769대 △쌍용차 8만4,496대(CKD·반조립 제품 포함)를 넘어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 3위 자리를 겨우 지켜냈다.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핵심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한국지엠 측은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해 “차급을 뛰어넘는 상품성과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 에드먼즈, 워즈오토 등 공신력 높은 여러 글로벌 기관 및 매체로부터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는 등 국내외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부진한 성적에 대해서는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여파 때문”이라면서 “향후 차량용 반도체 칩 수급이 정상화된다면 트레일블레이저 등 쉐보레의 대표 인기 차종을 통해 다시 한번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와 제품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2022년 새해에는 다양한 신차 출시가 예정돼있는 만큼, 강력한 제품 라인업과 이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맞춤 마케팅을 통해 긍정적인 모멘텀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쉐보레가 트래버스의 맹질주에 한 체급 더 큰 풀사이즈 SUV 타호의 국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은 2021 쉐보레 타호. / 쉐보레
GM이 올해 한국 시장에 쉐보레 풀사이즈 SUV 타호를 출시할 계획이다. 타호의 사전계약은 1분기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은 2021 쉐보레 타호. / 쉐보레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한국 시장에 쉐보레의 풀사이즈 SUV 타호와 GM의 RV전문 브랜드 GMC의 한국 론칭으로 픽업트럭 씨에라(시에라)를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모델들의 체급이나 차량의 특성을 감안하면 판매량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 한국지엠이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 중 대형 SUV인 트래버스가 총 5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4,520만원∼5,520만원(풀옵션 5,717만원) 수준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체급이 더 큰 타호의 출시가는 6,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쉐보레 타호의 미국 현지 판매가격은 아무런 옵션이 없는 순수 깡통 모델 LS 등급이 5만200달러(약 6,004만원), Z71 등급이 6만800달러(약 7,272만원) 등이다. 쉐보레 타호가 국내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게 될 모델로는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포드 익스페디션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포드 익스페디션의 국내 판매 실적은 약 300여대 수준이다. 사실상 쉐보레 타호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대수를 늘리는 모델이라기보다 상징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GMC 씨에라 1500 모델은 수입 픽업트럭이라는 성격상 판매대수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 시판 중인 수입 픽업트럭 모델은 △쉐보레 콜로라도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3종이 있다. 이 중 쉐보레 콜로라도가 지난해 3,754대 판매를 달성해 수입 픽업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포드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800∼900대 수준의 판매에 그쳤다. GMC 씨에라 1500의 국내 판매 가격은 포드 레인저와 비슷한 수준에 책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판매 실적도 연간 1,000여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쉐보레 볼트EV. / 한국지엠
한국지엠이 이번달부터 쉐보레 볼트 모델의 배터리 교체를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은 쉐보레 볼트EV. / 한국지엠

결국 판매실적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모델을 새롭게 투입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지만, 한국지엠 측에서는 이쿼녹스의 복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 및 EUV 모델의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다. 

쉐보레 볼트는 배터리 교체 이슈로 인해 현재 출고가 잠시 중단된 상태인데, 이번달부터 배터리 교체를 시작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한국지엠의 관전 포인트로는 지난해 출시됐으나 신차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한 볼트 EUV의 정상화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해 출고 지연 정상화 등이 있다. 이 외에도 GM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 전기차를 총 10여종 출시할 계획이라 반도체 수급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에 따라 신차 출시도 유동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